북, 남북 배 충돌 하루 만에 남한 선박 돌려보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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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남북 선박의 충돌사고가 발생한 지 하루 만인 13일 남한 선박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배를 남으로 내려 보냈다.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13일 오후 남북 해사당국 간 통화에서 북한 육해운성 측이 (충돌 사고가 났던) 남측 모래운반선 동이1호가 오후 3시 북측 고성항을 출항했다고 알려왔다”고 전했다. 김 대변인은 “이 선박은 14일 목적지인 거제항에 도착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날 오후 북한은 동해지구 군사실무책임자 명의로 동해선 군사 라인을 통해 전통문을 보내 “이번 불상사는 깊은 밤 발생한 우발적 사고임을 고려해 배와 선원을 곧 돌려보낼 것”이라고 알렸다. 모래채취 사업의 북측 업체인 조선진영무역회사도 이날 남측 사업 파트너인 아천에 “북측 어민 2명이 사망하고 배까지 침몰한 엄중한 사고이나 동포애적 견지에서 돌려 보낸다”고 통보했다.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으로 남북이 대치하던 중 북한이 사고 선박을 신속하게 돌려보내자 북한이 유화 제스처를 보내며 향후 정부의 반응을 떠보려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북한이 매년 3000만 달러가량의 수입을 얻는 모래채취 사업을 의식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지난해 1월 서해 북한 해역에서 남북 선박이 충돌해 북한 선원 4명이 실종됐을 때도 북한은 사고 다음날 해당 선박을 귀환시켰다. 그러나 당시와 달리 이번엔 당국 간 대화가 단절된 상태라 정부는 선원들의 장기 억류 가능성을 우려했다. 하지만 북한은 이날 민간(아천)-해사당국(통일부)-군사 라인(동해선 남북 당국 간 전화)을 통해 남측에 접촉해 왔다.

특히 북한 군 당국은 선박 귀환 조치를 알리며 ‘불상사’ ‘깊은 밤에 발생’이라고 표현해 금강산 사건에 대한 북측 발표를 연상시켰다. 3일 북한 군 당국은 담화에서 금강산 사건을 ‘불상사’로 명시하며 ‘이른 새벽이라 (신원을) 식별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이날 발표로만 보면 북한은 선박 충돌 사고나 금강산 사건 모두 우발적임을 우회 주장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는 선박 귀환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 조치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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