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경고판’ 조작한 현대아산은 북한 회사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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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현대아산의 금강산 관광 경고표지판 조작이 정부 조사 결과 밝혀졌다. 출입금지 경계 일부를 사람이 지나갈 수 있는 높이의 모래 언덕으로 현대가 방치한 것도 충격적이었다. 이번엔 금강산사업소 총소장이 관광객 피살 사건 직후 부랴부랴 모래 언덕에 경고표지판을 부착하고 부하 직원에게 “원래부터 있었다”고 진술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대아산은 북한의 만행을 정당화시켜 주려 우리를 속였다는 말밖에는 안 된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현대아산의 금강산 관광 안전대책은 부실 투성이였다. 관광객을 통제하는 안전관리팀이 있었으나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다. 사건 전날 해수욕장 출입통제 시간대인 오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순찰 등 관광객 통제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것만 실행됐어도 비극을 막을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안타깝다. 경계지역을 이탈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구체적인 교육도 없었다. 북한의 야만성은 말할 것이 없지만 이번 사고의 책임이 현대아산의 무신경과 태만에 있었다.

관광객이 북한군에게 피살됐는데도 현장 책임자라는 사람은 책임을 모면하려고 사후에 경고판을 세웠다니 이 회사의 기강을 알 만하다. 지난 10년간 현대아산의 금강산 관광 관리가 얼마나 부실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다. 안전보다는 돈벌이에만 급급하지 않았는지, 북한 정권의 본질에는 눈을 감고 회사 영리만 생각하지 않았는지, 원점에서부터 재검토를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