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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산림을 지키는 행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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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 93년 10월 미국 남부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연쇄산불은캘리포니아 사상 최대.최악의 산불이었다.라구나비치에서 시작된 산불은 뉴포트비치.터틀락.말리부비치 등 13개지역으로 번졌다.
피해도 엄청났다.임야 1억8천6백만평과 주택 7 백20여채가 소실돼 재산피해 약 5억달러를 기록하고 이재민 2만5천여명이 발생했다.
캘리포니아에서 9~10월은 「불의 계절」이다.연중 8개월은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캘리포니아는 이 무렵이 건기(乾期)에서우기(雨期)로 바뀌는 때다.모든 것이 바짝 말라 있다.여기에 계절풍 샌타애나가 분다.샌타애나는 고온.건조하며 최고 시속이 1백50㎞인 강풍이다.
건조한 기후가 계속되면 산불이 나기 쉽다.지난 9일 몽고에서발생한 화재는 남한의 3분의1에 해당하는 초원을 태우고도 아직불길이 잡히지 않고 있다.스텝기후인 몽고는 강우량이 아주 적은곳이다.유럽에서도 최근 독일.벨기에 국경에 산불이 발생해 약 61만평이 불탔다.이곳엔 지난 몇주간 비가 한방울도 오지 않고섭씨 25도까지 올라가는 이상고온이 계속되고 있다.최근 우리나라에서 잇따라 발생한 산불도 건조한 날씨가 중요요인이다.올들어이미 세번이나 건조주의보가 내려졌고,4월 강수량이 예년의 30% 수준인 23.6㎜에 불과하다.여기에 계절풍까지 불고 있다.
그러나 불리한 기후조건보다 더 직접적인 산불원인은 사람들의 부주의다.지난 88년부터 5년간 발생한 산불의 81%가 「사람의 잘못」이 원인이다.정부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지난 30년동안 1백억그루의 나무가 심어져 산림축적도가 ㏊당 평균 46입방로 선진국 수준에 이르렀지만,산림을 「지키는」 행정은 30년전에 비해 별로 나아진 것이 없다.산림행정의 본산인 산림청의 올해 예산은 전체 국가예산의 0.41%,4천3백억원에 불과하다.국토의 65%인 산림을 지키는데 한 강다리 하나 건설하는 돈밖에 투자하지 않는 셈이다.전국의 산불방지업무를 산림청 1개과가 총괄하는 것도 말이 안된다.
며칠동안 온국민이 가슴을 졸였던 동두천과 고성의 산불이 꺼졌다.그러나 언제 어디서 다시 산불이 일어날지 모른다.이제부터라도 산불에 대한 경계심을 다지고 산불방지를 위한 과감한 투자가있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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