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찔했던 마지막 한 발, 아테네선 비운 … 베이징선 행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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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종오는 12일 베이징사격관에서 열린 2008 베이징 올림픽 사격 남자 50m 권총에서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엮어냈다. 본선이 끝난 뒤 진종오의 순위는 공동 2위. 1위인 탄쭝량(565점)에게 2점 뒤져 있었다. 그러나 진종오는 결선 첫 발에서 10.3점을 쏘면서 7.9점을 쏜 탄쭝량을 따돌리고 선두로 나섰다. 두 번째 사격에서 10.5점을 쏘아 2위 파볼 코프(슬로바키아)와 격차를 1.1점 차로 벌렸다. 세 번째까지도 2위에 0.9점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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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는 네 번째 사격에서 찾아왔다. 진종오는 8.5점을 쏘면서 3위로 떨어졌다. 추격자 코프가 10.0점을 쏘며 1위, 올레흐 오멜추크(우크라이나)가 10.5점을 쏘면서 2위가 됐다. 진종오는 1위 코프에게 0.6점 뒤졌다.

그러나 진종오는 다섯 번째 10.4점을 맞히며 곧바로 선두에 복귀했다. 그 사이 코프와 오멜추크는 부진했다. 진종오는 여섯 번째 10.3점을 쏘면서 간격을 벌려갔다. 2위 오멜추크와는 1.1점 차이. 중반 이후 분전한 김정수가 1.6점 차이로 3위에 뛰어올랐다. 진종오는 일곱 번째 사격에서 9.7점으로 주춤했으나 추격하던 오멜추크가 9.6점, 김정수는 9.4점을 쏘는 바람에 순위를 유지했다.

8~9번째 사격에서 진종오는 점수차를 벌렸다. 여덟 번째는 9.9점을 쏘면서 탄쭝량에게 1.8점 앞섰다. 아홉 번째 사격에서 진종오는 9.8점, 탄쭝량은 9.7점, 김정수는 9.9점을 얻었다. 진종오가 2위 탄쭝량에게 1.9점 차로 앞서며 금메달을 예약하자 한국 응원단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그 순간,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다. 진종오가 마지막 방아쇠를 당긴 뒤 머리를 감싼 채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8.2점이 점수판에 선명하게 찍혔다. 다행히 추격자인 탄쭝량은 9.2점에 그쳤다. 김정수가 10.5점으로 힘을 냈지만 진종오를 따라잡기에는 0.2점이 모자랐다. 믿기지 않은 듯 진종오는 김선일 남자 권총 감독에게 확인을 부탁했고 승리를 확인한 뒤 눈시울을 적셨다.

베이징=한용섭 기자


알면 더 재밌는 사격
본선에선 만점 10점, 결선에선 10.9점

올림픽 사격 종목은 크게 소총·권총·클레이로 나뉜다. 클레이는 산탄총을 사용해 하늘을 날아가는 클레이 피전(석회 등으로 만든 원반)을 쏴 맞히는 종목이다. 소총과 권총에는 세부 종목이 많다. 소총엔 10m·50m, 권총엔 10m·25m·50m가 각각 있다. 속사권총은 일정한 시간 안에 서로 다른 다섯 개의 표적을 사격하는 종목이다. 공기소총과 공기권총은 실린더로 압축한 공기로 쏘는 종목이다.

소총엔 쏘는 자세로 구분하는 종목이 있다. 보통 사격은 입사(서서 쏴) 자세로 하지만, 50m 소총복사는 엎드려 쏜다. 50m 3자세는 입사·슬사(무릎 쏴)·복사 자세로 번갈아 사격한다.

소총에는 10m 공기소총(남·여), 50m 소총복사(남), 50m 소총 3자세(남·여)가 있다. 권총에는 10m 공기권총(남·여), 25m 속사권총(남), 25m 권총(여), 50m 권총(남), 클레이에는 트랩(남·여), 더블트랩(남), 스키트(남·여)가 있다. 남자는 9종목, 여자는 6종목이다.

사격은 일부 종목을 제외하면 본선과 결선의 득점 방식이 다르다. 본선은 한 발당 1~10점으로 구분되지만 결선은 만점이 10.9점으로 10분의 1점대까지 득점을 세분화하게 된다.  

송지혜 기자
그래픽=차준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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