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선 그루지야 사태를 예방하지 못한 부시 행정부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러시아가 그들의 문턱에서 친서방 정권이 활개치는 걸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가 최근 몇 달 동안 여러 번 나왔으나 미국은 그루지야와 러시아에 주목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헤리티지 재단의 애리얼 코헨 연구원은 WSJ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그루지야의 주권 회복을 위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 다음 제물은 우크라이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퇴진을 5개월여 앞둔 부시 행정부의 무기력증은 그루지야 사태에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다. WSJ는 “이란이 핵 활동을 중단하라는 미국 등의 요구를 거부했지만, 부시 행정부는 추가 협상이나 추가 금융제재만을 거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동맹국인 이스라엘이나 파키스탄도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는 외교정책을 펴거나, 미국의 이익과 충돌하는 조치를 취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그 사례로 시리아에 대한 이스라엘의 평화협상 타진, 대테러 전쟁의 협력자인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에 대한 파키스탄 신임 총리의 탄핵 추진 등을 들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