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러시아 유혈복수극 우려-두다예프 잃은 체첸 어디로 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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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두다예프가 없는 체첸은 어디로 갈 것인가.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사망한 두다예프의 장례식이 끝난 뒤 체첸측은 또다시 러시아 공공시설에 대한 테러를 감행하는 등 유혈 복수극을 일으킬 위험이 높다.
다른 한편으로는 러시아의 보리스 옐친 정권이 체첸 평화안을 밀어붙일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지금까지 체첸측의 반응은 「결사 항전」이다.
두다예프의 후계자로 선정된 얀다르비예프 부통령은 『체첸의 완전한 독립을 위한 투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럼에도 체첸의 구심점이었던 두다예프가 살아 있을 때보다 결속력과 투쟁 강도가 약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러시아측에서는 먼저 체첸 지도부의 권력투쟁이 촉발된 다음내부 분열이 일어나 전투력이 약화되지 않겠느냐는 기대 섞인 관측을 하고 있다.체첸 반군의 분열을 유도하면서 협상 테이블로 불러내려는 러시아 공작도 한층 강화될 것이다.6월 대선을 앞둔옐친 대통령에게 체첸문제 해결은 「발등의 불」이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최근 3개월동안 네번이나 두다예프 살해를 시도,결국다섯번째까지 간 것도 「두다예프 없는 체첸」을 얼마나 희망했는지 말해준다.
문제는 두다예프의 빈 자리를 제림한 얀다르비예프(44)가 얼마나 채우느냐 하는 점이다.
그는 작가 출신으로 러시아와의 협상에 반대하는 강경파 인물이다.일부 야전사령관들의 반대를 받았으나 23일 열린 반군회의에서 자신들이 선포한 이치케리아 공화국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지난 93년4월 두다예프에 의해 부통령으로 임명된 얀다르비예프는 그동안 체첸 독립을 주장하는 이념 작업을 전담했다.95년초 러시아가 대규모 공격을 감행할 때에도 두다예프를 떠나지 않고 줄곧 그를 보좌한 것으로 유명하다.
얀다르비예프는 지난 90년 옛소련이 무너지기 전까지 옛소련 작가연맹에 가입,체첸 지부 고문으로 활동했으며 체첸 독립을 위한 바이나흐 민주당을 창당하기도 했다.지난 91년8월에는 옛소련의 강경파들이 쿠데타를 일으키자 이에 맞서 그로 즈니에서 반(反)쿠데타 모임을 주도했다.
그러나 이처럼 화려한 투쟁경력을 갖고 있는 얀다르비예프가 대통령직을 계승한 후 현실 정치세계에서 체첸내의 다양한 세력들을한데 끌어안고 체첸 독립이라는 최종 목표를 이룰 것인지는 아직미지수다.
모스크바=안성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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