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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 독자생존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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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반도체 경기 호황이 지속되면서 하이닉스의 독자생존 가능성이 급부상하고 있다. 하이닉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 로버트 팰런 행장은 20일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통해 "세계 반도체 시장의 흐름이 하이닉스가 독자생존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바뀌었다"며 "2006년까지 채권단 지분을 매각하지 못하도록 한 기존 하이닉스 구조조정 계획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팰런 행장은 "하이닉스의 비메모리 부문을 비싸게 판 후 미국 오리건주 유진 공장을 통해 미국시장을 공략하고, 세계적 반도체 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중국에 진출하면 하이닉스가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팰런 행장의 제안에 채권단도 긍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채권단은 이미 지난 6일 하이닉스 비메모리 부문을 미국 시티벤처에 팔려던 계획을 철회키로 결의했다. 그러나 현재의 경기만 보고 구조조정 계획을 수정해선 곤란하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방향 바뀐 구조조정 계획=기존 구조조정 계획은 2002년 미국 마이크론과의 매각협상이 결렬된 뒤 나온 응급조치 성격이 강했다. 메모리 부문만 남기고 나머지 사업과 미국 공장을 모두 팔아 빚을 갚고 투자 자금을 확보한다는 게 골자였다. 그러나 경기의 부침이 큰 메모리 부문만으론 독자생존이 어려워 결국은 마이크론 등 기존사나 중국에 매각할 수밖에 없는 구도였다. 이럴 경우 하이닉스는 기존사의 하청회사로 전락하든지, 아니면 핵심 생산시설을 중국으로 이전해야 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세계 반도체시장의 여건이 하이닉스에 유리한 쪽으로 급선회했다. D램 생산 1위인 삼성전자가 D램 생산라인을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플래시 메모리 라인으로 바꾸면서 공급과잉이었던 D램 시장이 공급부족 현상을 보였다. 이에 따라 하이닉스는 내년까지 1조2000억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독자생존 가능한가=반도체 경기가 최대 변수다. 2005년까진 호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지만 그 이후 다시 불황이 닥칠 때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외환은행은 우선 하이닉스의 기술력이 예상 밖으로 뛰어나다는 점을 들고 있다. 그동안 하이닉스는 투자를 거의 하지 못했는데도 D램 시장점유율에서 오히려 독일 인피니온을 제쳤다. 미국 ST마이크로와 합작해 중국에 공장을 세우면 세계적인 추세인 12인치 웨이퍼 생산시설의 확보도 가능하다는 게 외환은행의 설명이다. 더욱이 중국 공장 건설에는 ST마이크로와 중국정부가 자금을 대겠다는 입장이어서 하이닉스로선 자금부담도 크지 않다.

이선태 하나증권 반도체 애널리스트는 "하이닉스는 2006년까지 2조6000억원의 빚에 대해 이자만 내면 돼 그때까지 돈을 벌어 설비투자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며 "비메모리 부문의 매각을 통해 빚을 줄이고 해외자본을 끌어들여 중국에 진출한다면 독자생존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채권단의 발빠른 대응도 독자생존 가능성을 높일 것이란 지적도 있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2006년까지 하이닉스 지분을 매각하지 못하도록 묶은 규정을 풀어 채권단의 부담도 줄이고 신규 자금도 유치해 기술개발 투자에 나서야 한다"며 "반도체 경기는 언제.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실기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정경민.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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