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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현장 이 문제] 경산 하양 우방 2차 200가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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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올 장마철은 무사히 넘길 수 있을지…."

경산시 하양읍 금락리의 우경자(61.여)씨는 요즘 일기예보에 부쩍 신경을 쓰고 있다. 큰 비가 내릴 때마다 아파트가 사람무릎까지 잠기는 수해를 입기 때문이다.

그는 "일기예보에 '집중호우'란 말만 나오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며 "언제쯤 수해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우씨가 사는 곳은 하양 우방 2차 아파트. 이 아파트의 200가구 주민 1000여명이 경산시에 "수해 방지 대책을 세워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7일 경산시청에 찾아가 대책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주민들은 "배수 펌프장 설치 등 수해를 막을 방안을 내놓지 못하면 터를 높여 다시 아파트를 지을 수 있도록 재건축을 허가해 달라"고 요구했다. 주민들이 집단 행동에 나선 것은 지난해 9월 태풍 '매미'로 큰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아파트 뒤 소하천과 맞닿아 있는 블록 담이 불어난 물을 견디지 못하고 터진 탓이다.

이 때문에 수돗물 공급펌프 등이 있는 기계실이 물에 잠겨 수돗물이 끊기는 등 큰 불편을 겪었다.

담 옆 어린이 놀이터에는 물이 1m 이상 들어찼고, 지하 주차장도 물에 잠겨 소방차 두대가 이틀간 물을 빼냈다. 밀려드는 물살에 아파트단지 안 나무 50여그루도 뽑혔다.

2002년 8월 태풍 '루사'때도 아파트가 물에 잠기는 피해를 입었다.

주민들의 주장은 폭우때 300여m 떨어진 금호강 물이 배수구를 통해 역류하는 데다 아파트 뒤 야산의 빗물이 모두 아파트 뒤 하천으로 몰려 침수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아파트 옆 대구가톨릭대 진입로 아래 설치된 소하천 배수관의 크기가 작은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아파트의 입주자 대표회의 김만봉(56)회장은 "경산시가 지반이 낮은 상습 침수지역에 아파트 건축을 허가하면서도 지반 보강을 지시하지 않아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산시는 "아파트 담 뒤를 지나는 소하천이 범람하지 않도록 깊이를 더 파고, 가톨릭대 진입로의 배수관도 큰 것으로 교체해 물이 제대로 빠질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을 6월중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금호강 물이 역류할 경우에 대비해 배수펌프장을 설치하는 등 종합적인 침수 방지 대책을 마련할 작정이라고 덧붙였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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