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자회담제의財界움직임>上.국내기업 북한진출 다시 기지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비무장지대에서의 북한군소동 등 남북관계의 긴장 속에서도 재계의 남북경협을 위한 물밑 움직임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진로그룹부회장.대우그룹사장 등 대기업 고위층이 최근 경협논의차 평양을 방문하기도 했다.총선 직전의 대치국면도 4자회 담 제의를 계기로 분위기가 반전되면서 국내기업들의 발걸음이 빨라지는 모습이다.최근 재계의 움직임과 경협실상,문제점 등을 두 차례에 나눠 특집으로 엮는다.
[편집자註] 재계 북한팀이 바빠졌다.
총선 이후의 정국안정과 한반도 4자회담 제의를 계기로 남북관계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재계의 북한팀 관계자들은조만간 정부차원의 경협활성화 조치가 뒤따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주요 대기업들은 최근의 한반도주변 정세변화가 남북경협에 미치는 영향을 나름대로 분석해 보고서를 만드는 등 경협준비를 강화하는 분위기다.
차제에 남북경협이 본격화할 것에 대비해 그동안 덮어 뒀던 대북(對北)프로젝트를 재검토하는 한편 아예 신규사업 가능성까지 따져 보겠다는 태도다.
북한측과의 연락채널을 새삼 가동하는 기업도 많다.무역협회는 오는 30일 40여개 기업이 참가하는 남북경협민간협의회를 갖고대북사업 활성화방안을 논의한다.무역투자진흥공사도 북한내 연락사무소 설치문제를 본격 추진할 태세다.
재계 북한팀 관계자들은 『남북관계가 극도로 불안했던 총선 직전에도 대우와 진로의 관계자들이 북한을 다녀오는 등 남북경협은진행돼 왔다』며 앞으로 경협의 내용과 폭이 더욱 넓어질 것으로전망한다.그러나 일부 기업관계자들은 남북관계의 변수가 너무 많아 의욕만큼 진행될지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주요그룹들이 내심 꼽는 대북 투자분야도 예전보다 다양해졌다.
최근 본지가 30대그룹 기조실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의류 임가공과 인프라 투자 외에 ▶호텔.백화점(롯데)▶농기구부품(벽산)▶자동차관련사업(기아)▶관광개발(현대)▶건설(극동) 등을 우선투자분야로 꼽는 기업도 있다.그동안 비공식경로를통해 견본품을 보냈던 기업은 이를 바탕으로 협력처를 다져 본다는 복안도 내비치고 있다.
지금까지의 대북경협 가운데 가장 깊숙이 진행된 부분은 유일하게 협력사업 승인을 얻어 낸 대우그룹의 남포공단 사업.3개 공장이 이미 가동중이고 여기서 생산된 의류가 국내에서도 팔리고 있다.대우측은 기술지도를 위해 13명이 방북허가를 받아놓고 수시로 북한을 왕래하고 있다.
대우측 현안은 아직 임가공형식을 취하고 있는 남포공단사업을 합영회사로 만드는 것.합작처인 북한 삼천리총회사와 이 문제를 집중 논의하고 있다.나아가 TV 등 가전제품 공장도 만들겠다는게 대우의 복안이다.
의류임가공만 해 왔던 LG 그룹이 추진해 온 TV임가공도 결실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LG는 올 들어 TV시험장치 등 2백만달러 상당의 설비와 부품을 북한에 보냈다.빠르면 이달말부터 북한에서 조립된 20인치짜리 TV를 반입해 연내에 2만대를 들여올 계획이다.
삼성도 지난해부터 추진해 온 TV스피커 조립공장을 조만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가전제품중 가장 간단한 스피커부터 시작해 합작범위를 점차 넓혀 가고,나진.선봉지역의 통신설비 합작 등 인프라분야에서의 합작가능성도 따져 볼 생각이다.박 영수(朴永壽)부회장을 몇 차례 북한에 보냈던 진로그룹은 황해도지역에서의 농산물재배및 가공단지 조성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대우에 이어 지난해 협력사업자 승인을 받은 고합물산과 한일합섬.국제상사.녹십자.동양시멘트.동룡해운 등도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곧바로 투자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유규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