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사람에 새 생명 주고 삶 마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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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사 판정을 받은 50대 가장이 장기 이식으로 다섯사람에게 새 생명을 남기고 삶을 마감했다.

주인공은 포항시 북구 덕수동에서 자영업을 하며 1남1녀를 둔 고 서동광(徐東光.51.사진)씨.

각얼음 판매회사를 꾸리던 徐씨는 지난 2일 과로로 쓰러져 포항 선린병원으로 옮겼으나 뇌출혈의 일종인 지주막 과출혈이 일어난 뒤였다. 徐씨는 지난 16일 계명대 동산병원에서 뇌사 판정을 받은 뒤 장기이식팀에 의해 17, 18일 양일간에 걸쳐 간과 신장.각막 등 장기적출 수술을 받았다.

장기이식팀은 같은 날 각막은 각막혼탁을 앓아온 김모(23)씨와 이모(42)씨에게, 간은 간경화로 고생하던 조모(42)씨에게, 신장은 신부전증 소년 오모(12)군에게 각각 이식했다.

또 신장 두개 중 나머지 하나는 서울 삼성병원으로 보냈다. 고인은 4남2녀 중 막내였지만 어머니와 할머니를 모신 지극한 효자였다.

고인과 절친했던 박도영(53.포항시 북구 양학동)씨는 "고인은 지역 자율방범대장과 청년회장을 맡아 열심이었고, 어려운 노인들에겐 수시로 위로잔치를 베풀었다"며 "봉사와 희생 정신이 남달랐다"고 회고했다.

부인 김옥희(49)씨는 "남편의 죽음이 여러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사실에 슬픔을 이겨 보겠다"고 울먹였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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