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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강진 신전마을 주민들 헌신적 이웃돕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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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부모에게 버림받고 결혼도 할 수 없는 처지가 끔찍해 극약을 마셨지만 미수에 그쳤죠.그러나 이제는 손발이 돼 주는 이웃들의 사랑으로 결혼도 하고 아이도 얻어 행복합니다.』 선천적인 뇌성마비(1급장애)로 하반신을 못쓰는 전남강진군도암면석문리 신전마을 崔고동(35)씨는 이웃 주민들의 극진한 도움으로 가정을 꾸미고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일곱살때인 67년 전주 예수병원에 버려진 崔씨는 고아원을 전전하다 삶의 희망을 잃고 19세때 극약을 먹고 자살을 기도했었다.다행히 약이 목에 걸려 살아났다.
崔씨가 이 마을에 정착한 것은 93년3월.
『장애인 연금을 모은 2백만원으로 30평짜리 폐가를 구입했습니다.어디서 소문을 들었는지 다음날 마을사람 10명이 몰려와 그럴듯한 살림집을 만들어줬습니다.이날부터 이 마을 주민들은 저의 손과 발이 돼 줬어요.』 崔씨는 지난해 4월 서로 편지로 위로하며 지내온 뇌성마비(3급장애) 장애인 崔경애(29)씨와 결혼했다.
崔씨부부는 생활보호대상자로 지급받는 15만원등 매월 32만원으로 생활을 꾸려가고 있다.
그러나 마을사람들이 앞다퉈 도움의 손길을 줘 별로 부족할게 없다.한동네 강귀석(姜貴錫.36)씨는 아침밥과 설거지.빨래 당번을 맡았다.집수리는 신전교회 집사 한승기(韓承基.56)씨 몫이다. 또 崔씨 부인이 산후 후유증으로 몸이 부어 움직이지 못하자 이귀림(李貴林.56.여)씨가 집에 데려가 한달여동안 수발을 들고 아이를 보살폈다.
지난해 여름엔 崔씨가 세발 오토바이를 몰다 도랑에 빠져 병원에 입원하자 한달동안 마을주민 10여명이 한사람씩 식사를 준비해와 종일 말동무가 돼줬다.
韓씨는 『작년 장마때 지붕에 물이 샌다는 전화를 받고 새벽에달려가 장대비를 맞으며 지붕을 수리한 적도 있다』며 『우리와 똑같은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이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1월엔 마을에 큰 경사가 났다.崔씨가 정상아인 아들 영건(永建)이를 얻은 것.영건이는 마을사람들의 「복둥이」로 불리며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강진=고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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