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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이머우가 밝힌 개막식 뒷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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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내 자신에겐 100점을 줄 수 없지만, 출연진에겐 100점 만점을 주고 싶다.” “개막식 연출이 영화 제작보다 100배 힘든 일이었다.”

장이머우(얼굴) 감독이 9일 개막식 행사 뒷얘기를 털어놓았다.

◇“봉황이 날게 하려 했다”=가장 관심을 모았던 성화 점화와 관련해 리닝이 메인 스타디움 상단을 한 바퀴 도는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점화 방법이 너무 평범했다는 평가였다. 이에 대해 장 감독은 “당초 아이디어는 봉황이 날아 성화대에 불을 붙이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봉황의 귀환(鳳還巢)’으로 이름 붙여진 이 아이디어는 메인 스타디움의 외형에 착안한 점화 방식이었다. 첫 번째 아이디어는 모형 봉황이 저공 비행으로 성화봉에 다가와 불씨를 입에 물고 날아오른 뒤 컴퓨터 그래픽 봉황과 하나로 합쳐지면서 점화 지점에 불을 붙이는 것. 그러나 경기장 상공에 수십 줄의 대형 와이어를 설치하고 주변 조명을 모두 꺼야 하는 기술상 문제로 접어야 했다. 두 번째는 리닝이 공중에서 달려와 컴퓨터 그래픽으로 재현된 봉황의 입에 불씨를 전해주면, 봉황이 성화대를 돌아 불을 붙이는 것이었으나 역시 기술적으로 실현되지 못했다.

◇두루마리 족자=경기장 바닥에 깔린 두루마리 모양 족자는 주요 메시지를 표현하는 자막 역할을 했다. 이 족자는 직경 2m, 폭 22m로 좌우로 최대 147m에 달했다. 이 족자 위에 다시 길이 147m, 폭 22m의 액정표시장치가 설치됐다. 산수화처럼 태양이 그려져 경기장에 세로로 내걸린 종이의 무게는 800㎏이나 됐다. 장 감독의 요구로 지난해 10월 처음 제작된 두루마리는 길이 14m, 폭 36m에 무게가 1.8t이었지만 말고 접고, 이동하기가 불편해 폐기했다. 장 감독은 “값을 매길 수 없는 보물인 이 두루마리는 올림픽 박물관에 기증하거나 경매에 부쳐 그 수익금을 올림픽 조직위에 맡길 생각”이라고 말했다.

◇고소공포증 류환=지구본 위에서 사라 브라이트먼과 함께 주제곡을 부른 류환은 고소공포증이 있었다. 그래서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홍콩 배우 청룽과 가수 저우화젠이 7시간 동안 지하 회의실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그러나 류환은 20여m 상공에서 끝까지 쓰러지지 않고 곡을 소화해냄으로써 대타가 나서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다.

◇“당신이 적임이다”=장 감독은 최종 점화 주자로 리닝과 쉬하이펑(중국의 올림픽 첫 금메달리스트)을 후보에 올렸으나 쉬하이펑이 “공중에서 달리는 까다로운 동작을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은 당신뿐”이라며 양보했다. 장 감독은 리닝이 성화를 들고 올라갈 때 “불이 꺼진 줄 알고 눈앞이 캄캄해졌다”고 털어놨다.

베이징=장세정·정용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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