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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아들 동시 암투병-각기 部位달라 學界 "희귀한 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한가족 6명중 부모와 막내가 동시에 난치병 암에 걸려 눈물겨운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병마는 어머니 황옥자(黃玉子.54.서울강서구화곡동)씨에게 가장 먼저 찾아들었다.黃씨는 2년전 자궁경부암 진단을 받아 세차례 수술받았으나 호전되지 않고있다.
통원치료를 받고 있던중 지난 2월엔 아버지 이충석(李忠錫.56)씨가 전이성 골암 선고를 받더니 지난달에는 둘째아들 건도(建道.20.재수생)군에게 혈액암인 백혈병 진단이 내려졌다.
17일 오전 남편과 아들이 입원해 있는 신촌 세브란스병원을 찾은 黃씨는 먼저 아들이 입원한 1230호의 문을 두드렸다.黃씨는 살균된 가운을 입고 마스크를 쓴뒤 솔로 손을 문질러 닦았다.백혈병 환자들이 입원한 골수이식 병동인 만큼 극도의 청결상태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항암치료로 기진맥진해 걷기조차 힘든 黃씨는 어렵사리 병실에 들어섰지만 흐르는 눈물로 아들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그렇다고 병균 감염 우려때문에 아들을 껴안지도 못한다.
지난달초 감기증세로 시작된 李군의 병명은 급성 임파성 백혈병.조직검사 결과 장남 국태(局泰.22.군입대)군의 골수를 이식할 수 있다는 것이 黃씨에겐 그나마 위로가 된다.
병실을 나선 黃씨는 남편 李씨가 입원한 678호로 발길을 옮겼다.노동일을 하던 李씨는 연초부터 엉덩이부근 통증을 호소하다전이성 골암 진단을 받았다.신장에서 시작된 암이 뼈까지 파고들었다는게 의료진의 설명이다.지난달 20일 골반뼈 등 손상된 뼈부위 제거수술을 받았으나 아직 거동을 못하고 있다.
黃씨는 『남편과 아들이 완쾌할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라도 하겠다』고 말하지만 엄청난 병원비를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자신의 투병으로 가세는 이미 기울대로 기울어 현재 가진 것이라곤 살고 있는 집의 전세금 2천5백만원뿐.수입원은 차녀 윤진(允晋.25.잡지사 근무)씨가 월급으로 받아오는 80만원이 고작이다.남편과 아들의 하루 약값만해도 30여만원에 건도군의 골수이식 수술비는 3천만원이나 된다.
2개월전 윤진양이 직장에서 대출받은 5백만원과 직장동료들이 모아준 8백만원중 현재 겨우 1백만원이 남았다.딱한 사정을 전해들은 병원 사회사업과 직원들이 1백만원의 성금을 거둬 전달했지만 15일 현재 미지불 입원비가 7백여만원에 이 른다.4남매중 큰딸은 지난해 프랑스로 떠난뒤 소식이 두절된 상태.
신촌세브란스병원 암센터 노재경(盧在京)교수는 『일가족 세명이동시에 암에 걸린 사례가 아직까지 의학계에 보고된 적이 없다』며 『역학조사등 정밀조사를 벌여야 발병원인을 규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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