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씨 비자금 완벽한 은닉.관리 이재식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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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전두환(全斗煥)씨의 은닉 비자금 추적을 벌이고 있는 검찰은 全씨 비자금의 총괄관리자였던 이재식(李在植.61.캐나다 체류중)전청와대총무수석의 신병이 확보되지 않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공소장에 자금관리인으로 표시된 金종상 전청와대경리과장이나 張해석비서관 등은 그야말로 심부름꾼일뿐 금융기관 선정이나 입.출금 시점및 방법 등은 모두 李씨의 지휘로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검찰 고위간부는 『全씨가 완벽할 정도로 재산을 은닉할 수 있었던 것은 李씨의 솜씨(?)덕』이라며 『그는 돈세탁과 분산.은닉 등 검은돈 관리의 귀재(鬼才)』라고 말했다.
李씨는 全씨가 조성한 돈을 1차 검증해 뒤탈이 없을 것으로 판단되면 수표로,문제의 소지가 있다 싶으면 전액 1만원짜리 현금으로 출납한 것으로 수사결과 밝혀졌다.
그는 全씨의 거액을▶여러 명의로 차명예금▶채권매입▶양도성예금증서(CD)구입 등 잘게 쪼개 분산시켰고 실명제 이후에는 실명전환과 돈세탁을 거의 전담해온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지금까지 4개월여 계좌추적을 벌여왔으나 1~2단계에서막혀버려 별 소득을 얻지못하고 있다.全씨 측근 조사도 병행했지만 전모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고 全씨도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이 때문에 검찰은 여러차례 李씨의 귀국을 유도했으나 실패했다. 검찰은 全씨가 아직도 1천억원대의 비자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그러나 李씨에 대한 조사가 불가능한 상태에선 더이상 진전이 없다고 보고 사실상 추적을 포기했다.李씨의 치밀한 비자금 관리수법에 검찰 수사가 진 셈이다.
李씨는 노태우(盧泰愚)씨 비자금사건이 터진 지난해 10월말 캐나다로 출국했다.출국목적은 2년간 유학.그러나 환갑의 나이에유학은 하나의 핑계일뿐 검찰은 해외도피로 보고 있다.李씨는 88년 5공비리 수사때도 미국으로 2년간 도피했었 다.
李씨는 부산상고와 육사를 졸업한후 미국 육군종합학교에서 재정학을 전공하고 82년에는 동국대 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 학위를 받았다.84년부터 全씨가 청와대를 떠날 때인 88년초까지 총무수석을 지냈다.
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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