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의북한>11.김정일 치하의 민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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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북한 주민들은 하나같이 의식이 강하다.전쟁을 먼저 일으켜야한다는 생각은 없지만 일단 싸움이 붙으면 반드시 이긴다는 자신감에 차있다.기술.장비면에서는 남한이 앞서지만 정신전력은 북한이 훨씬 앞선다고 확신한다.그들도 남한이 잘산다 는 것을 안다.』(재미동포) 「무엇을 믿고 어떻게 생각해야 하느냐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유일적 통치자인 수령에 의해 통제되는」북한사회에서 개인적 의사와 이를 토대로 한 「여론」따위가 있을리 없다.위의 증언은 북한의 집단적 사회분위기로서 사상교양과 통제에 의 한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주민은 어느 하루도 일거수 일투족을 조심하지 않을 수 없다.아침에 눈 뜨면서부터 「나를 보호해야 한다」는 경계심을 가지고 하루를 시작한다.하루도 빠짐없이 그런 경계심 속에 살다보면 어느 누구도 예외없이 「사회주의 물감」이 배 어들게 돼있다.그 물감은 묘하게도 사회주위 체제에서 살아본 사람들끼리는 공통된 분위기를 갖고 있음을 느낀다.
북한체제는 이러한 「살아남아야 한다」는 개인의 자기보호본능 위에 깊숙이 뿌리내리고 존속하고 있는 것이다.이런 상황을 겪어보지 못한 외부인들은 북한의 현실을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재중동포) 『북에는 「한번 붙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주민들 사이에 많다.목전의 생활곤란.물질결핍.불만사항은 제국주의 봉쇄와 통일이 안돼 있기 때문으로 보고 그 속박과 구속에서 벗어나는 탈출구로 전쟁.적개심.대결의식이 나온다.허리띠를 졸라맬 수록 적개심이 타오르며 북한 체제가 강화되는 그러한 구조가 있다.굶어죽는 시체가 나오더라도 체제는 유지된다는 것이다.』(재중동포) 『장기간 긴장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주민들 사이에 「전쟁이나 터졌으면」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반미투쟁 차원에서 오래 고생만 해오다 보니 아예 결판났으면 좋겠다는 막다른 심정들이 깔려있음에 유념해야 한다.남북한 양쪽 지 도층은이러한 저변의 정서에 눈을 돌려야 한다.북한주민들 사이에선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이 더이상 계속돼선 곤란하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재독동포) 결국 불만이 있어도 그 화살끝이 내부로돌려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그러나 북한당국의 통제와 체제적동원에 의해 조성된 것과는 대조적인 양상도 있다.
『북한주민들은 너무 순박해 걱정이다.당장 통일된다면 북한동포들은 적응할 수 없을 정도로 순박하고 단순한 사고방식에 젖어 있다.생활속에서 경쟁의식을 찾아볼 수 없다.』(재미동포) 『평양친구가 베이징(北京)의 번잡함에 놀라 이런 곳에서 어떻게 생활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내가 처음 서울에 갔을 때 느꼈던 바로 그 심정이었다.』(재중동포) 그러나 북한을 찾는 해외동포와외국인들이 늘어나면서 북한주민들의「자본주의 풍조」에 대한 면역능력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합영사업으로 진출한 재일동포들이 일제 승용차를 이용한다거나재미동포들의 화려한 옷차림 따위도 주민들에게 열패감(劣敗感)을안겨주기도 한다.이들을 보는 북한주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재미동포) 『호텔 여종업원이 「찔레꽃」을 흥얼거리며 노래했다.그런데 가사가「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나라…」가 아니라 「서쪽나라」라고 했다.그래서 서쪽이 어디냐고 했더니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키면서 「남쪽이요,남쪽」이라고 속삭인 후 사라졌다.』( 재미동포) 『한 안내원은 「결국 북한은 남한으로 흡수통일됩니다」라고 말했다.』(재미동포) 그러나 북한의 통제체제는 대다수 주민들과 함께 상당한 위치의 지도층에까지 방향감각을 상실케한 것으로 지적된다.
『북한에 대해 가장 모르고 있는 사람들은 북한사람 바로 자신들이다.그들은 오히려 내게 바로 옆 자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를 묻는 것처럼 북한사정에 대해 물었다.나는 그 사람들을 보면서 가리개를 쓰고 오직 한 방향만으로 내 몰리고 있는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재미동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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