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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환자 입에선 과일 냄새가 난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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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호 16면

퀴퀴한 여름이다. 세균과 곰팡이가 기승을 부리면서 곳곳에서 악취가 진동한다. 단백질 덩어리이면서 섭씨 37도를 유지하는 인체 역시 세균이 살기 좋은 서식처. 조금만 방심해도 몸내가 나는 이유다. 게다가 몸에서 생성되는 다양한 화학물질이 오묘한 냄새를 풍긴다. 나쁜 냄새는 역겹기도 하지만 건강 상태를 알 수 있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액취증은 우성 유전
겨드랑이 땀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에크린샘에서 나는 땀이다. 99% 이상이 수분으로, 체온조절용이다. 또 하나는 에포크린샘에서 나는 땀. 약간 우윳빛을 띤 끈끈한 땀으로 단백질과 지질로 구성돼 있다. 이것이 세균의 먹이가 돼 카프론산과 암모니아로 분해되면 고약한 냄새를 풍긴다.

액취증은 우성 유전이다. 부모 중 한 명이 액취증이 있으면 자녀에선 50%, 또 양쪽 부모가 그렇다면 80%로 높아진다. 액취증의 1차 예방은 자주 씻고, 통풍이 잘 되는 옷을 입는 것. 하지만 곁에 있는 사람이 힘들 정도라면 살균제가 포함된 약용 비누나 0.3% 농도의 포르말린 희석액을 발라 세균 활동을 억제해야 한다. 매우 심한 경우엔 겨드랑이 피부에 0.5㎝의 작은 구멍을 뚫고 지방흡입기를 넣어 땀샘을 빨아들이는 방법으로 시술을 받는다.

각질 많으면 발 냄새 주의
발 냄새의 주성분은 세균이 각질을 분해하면서 만든 이소-발레릭산을 비롯한 6종 정도의 화학물질. 손발에 땀이 많은 다한증 환자나 각질이 많이 발생하는 발에 유난히 심하다.

원인이 명확한 만큼 냄새를 잡는 방법도 원리는 간단하다. 세균을 죽이면서 신발을 건조하게 유지하는 것. 우선 발을 항균비누로 씻어내고, 물기는 드라이어로 말린다. 구두는 여러 켤레를 준비해 한 번 신었던 것은 알코올로 닦아 그늘에서 말려 교대로 신는다. 이때 커피 찌꺼기를 종이 필터에 싸서 구두에 넣어 말리면 더욱 좋다. 면 양말을 몇 켤레 가지고 다니는 것도 한 방법이다.

민간요법도 효과가 있다. 발을 씻을 때 마지막 헹구는 물에 식초 몇 방울을 떨어뜨리거나 녹차 잎 우려낸 물, 또는 죽염수(죽염과 물을 3:7로 배합)에 발을 10분 정도 담근다.

양말이 다 젖을 정도로 땀이 많으면 교감신경을 차단하는 시술을 받는다.

폐경 이후 악취엔 식초 목욕
정갈한 여성의 몸도 나이가 들면서 불쾌한 냄새가 나는 경우가 있다. 폐경 이후 여성호르몬이 줄어들면서 불규칙적으로 나오는 땀이 원인이다. 이때 나는 땀은 농도가 진하고 끈적거린다. 또 쉽게 증발되지 않아 몸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다. 그만큼 세균의 먹이가 되기 쉬운 것이다.

최선의 예방법은 청결이다. 자주 씻고, 통풍이 잘 되는 면소재 속옷을 입는다. 비타민E는 냄새의 원인이 되는 과산화지질의 생성을 억제하는 데 도움을 준다. 운동이나 따뜻한 목욕도 권장된다. 혈액순환이 잘 되고, 맑은 땀이 나면서 냄새가 사라진다. 목욕을 할 때 식초를 한 컵 정도 욕조에 넣으면 몸 냄새를 크게 줄일 수 있다.

녹차·홍차·우롱차를 마시는 것도 추천한다. 이들 차에는 카테킨·카페인과 각종 아미노산이 함유돼 있다. 냄새 물질의 생성을 막고, 항균 역할을 한다. 카테킨이나 폴리페놀의 일종인 후라보노이드는 냄새를 억제하는 기능을 한다

나이 들면 구취도 심해져
노인 냄새의 원인은 나이를 먹으면서 증가하는 피지의 지방산과 과산화지질(피지샘에서 분비)이다. 두 물질이 결합하면서 노네날이라는 성분을 만든다. 이 물질은 스트레스를 받아도 늘어난다. 스트레스가 체내 활성산소를 늘리고, 그 결과 과산화지질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역시 냄새를 없애는 길은 청결이 우선이다. 자주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어야 한다. 물수건으로 냄새가 가장 많이 나는 겨드랑이나 가슴·발 등을 자주 닦는다. 이때 레몬즙이나 백반을 이용하면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레몬즙에 적신 수건으로 피부를 마사지하면 항산화기능이 있는 비타민C가 피지샘에 작용해 냄새를 없애준다. 백반은 녹차
물 2L에 50g 정도 섞어 사용한다.

또 땀을 흘리는 운동을 하거나, 비타민C와 E가 풍부한 곡물이나 채소·과일을 충분히 섭취한다. 육류는 지방산의 분비를 높이므로 지나치게 많이 먹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 입 냄새도 심해질 수 있다. 침샘이 노화돼 입안 세정기능을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물을 자주 마시고, 입이 마를 때는 코밑 인중과 턱 아래쪽을 눌러 침샘을 자극한다.
 
위염 환자 입에선 썩은 계란내
구취의 90%는 입 안에서 나지만, 나머지는 호흡기와 소화기 또는 다른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우선 만성신부전 환자는 소변 냄새와 비슷한 지린내가 난다. 신장에서 요소를 걸러주지 못해 입을 통해 냄새가 발산되는 것. 폐와 기관지에 염증이 생기면 호흡을 할 때 썩는 듯한 냄새가 난다. 또 대사 이상인 사람에게선 생선 비린내가 나기도 한다.

당뇨 환자도 입 냄새가 심하다. 이는 당대사가 되지 않아 케톤·아세트 초산 등이 호흡을 통해 나오기 때문이다. 새콤달콤한 과일 냄새가 특징이다.

위염이나 위궤양·십이지장궤양 등 소화불량 환자의 입에선 썩은 계란내가 난다. 또 술을 많이 마셔 발생한 알코올성 급성 간경변 환자에게서도 비슷한 냄새가 난다. 간에서 해독되지 않은 독성물질이 호흡할 때 배출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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