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캘리포니아서 연쇄 산불, 소방관·방위군 2만 명 투입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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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호 06면

‘히트 웨이브(heat wave·熱波)’가 올해도 지구촌을 달구고 있다. 우리가 흔히 쓰는 ‘찜통더위’ ‘불볕더위’에 해당하는 열파는 극도의 고온 상태가 상당 기간 계속되는 것을 말한다.

세계 곳곳 ‘열파’ 몸살

곳곳에서 고온 기록이 깨지고 있다. 4일 중국 신장 투루판 분지에선 수은주가 47.8도까지 올라가 모래 속에 달걀을 묻어 삶아 먹는 게 관광 체험 상품으로 등장했다.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는 26.2도를 기록했다. 레이캬비크에서 온도를 기록하기 시작한 지 150년 만에 최고치였다. 모처럼의 기회를 맞아 일광욕을 떠나는 사람들 때문에 교통체증이 빚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폭염에 신음하는 대부분의 지구촌 사람은 이중고, 삼중고를 겪고 있다. 우선 대형 화재를 유발한다. 고온이 습기를 증발시켜 화재가 발생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폭염은 높은 습도를 동반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문제다. 대표적인 곳이 미국 캘리포니아다. 7월엔 소방관을 포함해 2만여 명의 인력이 투입돼 열파와 건조한 기후로 인한 300여 건의 화재와 악전고투했다. 30년 만에 처음으로 주 방위군까지 투입됐다. 스페인도 40도 가까운 날씨가 계속되면서 300여 명의 군 병력이 화재 진압에 투입됐다. 스페인 북동부에 있는 수에라 지역은 5000에이커의 산림이 잿더미로 변했다.

불볕더위는 또한 전기 부족 사태를 낳고 있다. 6월 20일 2만 명의 로스앤젤레스 시민이 정전으로 고통 받았다. 7월부터 중국 상하이(35도 이상) 지역과 그리스(40도 이상) 등도 폭서에 따른 전기 사용 급증으로 최악의 전기 부족 사태에 직면하고 있다.

지난 6월 미국 중서부가 물난리를 겪는 동안 동부에선 38도에 가까운 폭서로 최소 30명이 사망했다. 혹서와 폭풍이 번갈아 가며 괴롭히는 곳도 있다. 3일 미국 텍사스 사람들은 11일간 계속된 불볕더위가 끝나자마자 폭풍 걱정을 해야 했다. 열대성 폭풍 에두아르가 공습한 것이다. 다행히 큰 피해는 없었다.

각국 정부는 혹서 경계경보를 발령하는 한편 호흡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나 노인층의 외출 자제를 권장하고 있다. 혹서는 해마다 찾아오는 불청객이 됐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다. 미래는 더욱 암울하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5월 미국 정부가 발표한 ‘기후변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2080년이 되면 로스앤젤레스 지역에서만 폭염으로 1000여 명이 사망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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