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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육군, 조선 유력인사 평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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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미국 육군 정보당국이 태평양전쟁 말기인 1944년 조선의 유력 인사 5인의 인물을 평가해놓은 기록이 발견됐다. 춘원 이광수, 인촌 김성수, 고당 조만식 선생 등의 지도력과 친미·친일 성향을 파악한 평가표의 뒷면에는 이들 인물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평가도 적혀있다. 작성자는 당시 미 육군정보국 산하 전쟁부에 근무했던 로버트 키니로만 기록돼 있을 뿐, 그의 직책이나 인적 사항은 나와있지 않다. 다음은 인물 소개.

◇인촌 김성수(1891~1955)=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한국과 일본, 서양에서 교육을 받았다. 갑부이며, 많은 땅을 소유하고 있다. 한국에 다른 투자를 해놓은 게 있다. 서울의 사학인 보성전문학교(고려대 전신) 총장이다. 비(非) 기독교인이다. 신뢰할만하고 신중한 성격이다. 교육을 잘 받은 코스모폴리탄(국제적 감각을 갖춘) 지도자다.

◇고당 조만식(1883~1950)=유복하고 귀족적인 한국 가정에서 태어났다. 일본에서 정치학을 공부했다. 일본어와 영어를 구사한다. 한반도 북부 지역 출신으로 모든 그룹으로부터 크게 존경받고 있다. 한국을 이끌어갈 잠재적 지도자 중 한 명이다. 기독교 활동에 적극적이며, 신뢰할만하고 유능하다.

◇춘원 이광수(1892~1950)=교육을 잘 받았다. 한국의 대표적 작가이자 언론인 중 한 명으로, 이름이 잘 알려져 있다. 안창호와 긴밀한 관계다. 조선문인협회 회장이며, 소년회 활동에 적극적이다. 30년대 붙잡혀 투옥된 바 있고, 일제에 의해 고문을 당했다. 석방된 뒤 일제에 협력했다는 비판을 받게 되며, 이로 인해 영향력을 잃었다.

◇양주삼 박사(1879~1950)=한국에서 공부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박사학위를 받았다. 감리교 목사로, 나중에 한국 감리교회 총리사(30년대에 감리교회에서 뽑았던 영적·행정적 책임자)가 됐다. 가장 최근 알려진 직함은 한국 기독문인협회 회장. 능력 있고 신실한 지도자다. 중국어와 일본어를 구사한다.

◇좌옹 윤치호(1865~1945)=유복하고 귀족적인 한국 가정에서 태어났다. 대한제국 정부에서 관리를 지냈다. 기독교 지도자로, 한국·일본·미국에서 공부했다. 한국어·영어·일본어·중국어를 구사한다. 대한기독교청년회연맹(YMCA) 전국위원회 의장이다. 일부 활동에서 일제에 협력하도록 강요받았다. 그러나 그의 위상은 높은 편이어서 연합군의 한국 내 활동에 귀중한 협력자가 될 것으로 의심치 않는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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