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국의 ‘이어도’ 관할권 시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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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제주도 남쪽 암초 이어도에 대해 중국 정부가 산하기구 홈페이지를 통해 영유권을 주장했다. 독도로 일본에 대해 끓었던 마음이 가라앉기도 전에 중국이 다시 우리 심사를 뒤집어 놓고 있다. 이어도는 200해리까지 허용하는 배타적경제수역(EEZ)상 한·중의 관할권이 겹친다. 한국의 최남단 섬인 마라도로부터는 81해리, 중국 섬인 퉁다오로부터는 133해리 떨어져 있다. 이런 경우 국제법의 일반적 경계획정의 원칙인 ‘중간선 원칙’과 한국의 대륙붕 해역에 위치한 점 등을 고려하면 한국에 관할권이 있을 것이 거의 자명하다. 특히 이어도는 우리의 민요와 설화에 등장한 암초다.

그러나 한국이 2003년 이곳에 해양과학기지를 세울 즈음부터 중국은 한국의 관할권을 부인해 왔다. 해안선의 길이나 배후 인구 등을 따지는 국제법상의 ‘형평의 원칙’을 적용하면 이어도는 중국의 관할권에 속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주장이나 항의들은 어디까지나 EEZ 차원에서 제기해 왔다. 특히 한국과는 2006년 ‘이어도는 수중 암초이기 때문에 영토가 아니다’라는 데 합의한 적이 있다. 그럼에도 중국 정부기관 사이트가 이어도를 자국의 영토라고 표기하니 그 의도가 매우 불순한 것이다.

중국은 영토문제를 놓고 한국 이외에도 일본·베트남 등 많은 주변 국가들과 불화를 빚고 있다. 최근의 경제성장에 도취해 비뚤어진 ‘중화사상’이 애국심으로 포장되는 경우도 있다. ‘다른 나라에 위협이 되지 않는 평화세력이 되겠다’는 중국 대외정책의 근간이 무색해질 수 있다.

중국이 한국과의 합의를 깨고 자국의 영토라고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다. 당연히 관련 홈페이지 내용을 삭제해야 한다. 그런 후 한국과 협조할 사안을 찾아보는 것이 대국으로서 의젓한 자세다. 우리 역시 이어도 과학기지를 인접국이 활용하는 데 인색하지 않아야 한다. 수집되는 요긴한 기상·어장 정보를 한·중이 공유하거나 중국 과학자들도 시설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 평화와 번영을 위해 이 시설물이 활용될 수 있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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