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장애인의 달 맞아 '장애인문학' 어제와 오늘 조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4월은 장애인의 달.장애인 문학에 대한 새로운 관심이 문단에서 일고 있다.
서사시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아』로 서양문학을 연 호메로스는 시각장애에 시달렸다.밀턴은 눈이 멀어진후 불후의 명작 『실락원』을 남겼고 세르반테스는 전쟁에서 팔을 잃고 『돈키호테』를썼다.이솝은 곱사등이였고 유럽 낭만의 절정을 노 래했던 바이런은 소아마비였다.그리고 우리의 한하운(韓河雲)시인은 나병을 앓으면서도 만인의 심금을 울린 서정시를 남겼다.
현재 나름대로 작품을 쓰는 장애인은 5백명.이들은 90년 12월 한국장애인문인협회(회장 방귀희)를 만들어 창작활동과 문학공부를 하고 있다.또 계간 『솟대문학』을 91년 봄호로 창간,활발히 작품발표도 하고 있다.창간5주년 특집호로 최근 나온 『솟대문학』봄호는 문학평론가 김재홍.이기윤.정한용씨의 권두대담 「장애인문학의 반성과 그 의미」를 실어 문단 최초로 장애인문학의 정의를 내리고 고전에서 현대까지의 장애인 문학을 살폈다.
이 대담에서 장애인 문학은 「장애인이 쓴 문학,장애인의 삶을다루는 문학,장애에 대한 사회적 문제의식을 다루는 문학」등 세범주를 포괄하는 문학으로 일단 정의됐다.
또 우리의 대표적 장애인문학 작품으로 고전소설 『심청전』,일제하 나도향의 『벙어리 삼룡이』,70년대 조세희씨의 『난장이가쏘아올린 작은 공』등을 살폈다.신체장애자를 주인공으로 한 이들작품은 주인공들의 순진무구함과 정상적인 인간과 사회의 추악한 면을 대비하며 참 인간,사회의 명제를 감동적으로 전하고 있음은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요즘 장애인 스스로 쓴 문학은 동정과 연민,자기위안의감상주의에 빠져있다고 대담자들은 지적했다.「장애인이기에」더욱 분발,「장애인이기 때문에」라는 감상을 극복하고 진정한 인간승리의 큰 주제로 나가라는 것이다.하지만 정작 장애 인문인들은 『쓴 사람이 장애인이지 작품도 장애인가』라고 반문하며 작품에 칭찬만해주고 인정은 안해주는 평단의 값싼 동정을 경계한다.『솟대문학』봄호가 장애인문인 3백50명을 대상으로한 「장애인문인 의식조사」에 따르면 장애인 작품에 대한 평론에 51%가 부정적으로 대답했다.
『길거리 사람들/날보고 웃기에/나도 쓴웃음/지었지요//문득/소학교 어린 시절/곤충채집했던/자연 시간이/생각납니다//뾰족한압핀으로/죽은 여치의 가슴을/찔러대며 좋아하는/아이들/웃음 소리가/지금 살아있는/내 가슴을 찔러댑니다.』 뇌성마비인 홍성원(28)씨의 시 『인간 채집』전문이다.우리의 가슴을 오히려 압핀으로 찌르지 않는가.『장애라는 말이 장애가 되지않는 사회』가될 때 우리의 장애인문학도 온당하게 평가받고 소담스럽게 피어오를 것이다.
이경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