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계에 이른 '3金구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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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번 선거에서 가장 주목되는 대목의 하나가 「서울표(票)」의동향이다.역대선거에서 여당이 한번도 이겨보지 못한 곳이 서울이다.이런 서울에서 이번에 이변(異變)이 나타났다.여당이 의석으로나 득표율에서 모두 야당을 앞지른 것이다.정치 바람을 선도하는 서울의 이런 변화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
서울 이변에서 나타난 현상은 다선(多選)중진들의 대거 탈락,신인들의 대량등장이고,그 결과 3金구도의 한 모서리가 크게 약화됐다는 사실이다.이런 현상은 한마디로 서울표가 기성정치를 거부한 것이며,3金의 연고지에서 각기 몰표가 쏟아진 것과는 다른패턴을 보인 것이다.다시 말해 「지역주의=3金구도=기성정치」의틀이 서울에서는 무너지는 징후를 보여줬다고 볼 수 있다.이런 서울표의 동향은 역대선거 최저의 투표율과 전국적으로 무려 1백37명의 신인이 등장했다는 사실과 연결해 생각해보면 그 메시지가 뚜렷하게 부각된다.
첫째,더이상 기성의 낡은 정치는 안된다는 뜻이 담겨 있다.유세장에 청중이 안 모이고,젊은층이 정치무관심.냉소로 투표를 외면하는 현상,명색이 중진들이 신인에게 고전하고,신인들이 대거 등장하는 현상 등은 더이상 설명할 필요도 없이 기 성정치가 한계에 왔음을 말해준다.
둘째,3金구도 역시 마찬가지로 한계에 왔음을 예고하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이 종래 패턴대로 투표했던들 국민회의의 패배와 여당의 승리는 없었을 것이다.서울과 수도권이 이번처럼 더이상 3金의 지역연고를 투표기준으로 삼지 않게 된다면 3 金구도의 약화.해체는 불가피해진다.
서울은 항상 우리 나라의 정치변화를 선도하는 지역이다.서울의변화는 머지않아 전국적 현상으로 확산되곤 했다.그렇다면 정치권은 서울이변으로 표현되는 이번 선거의 교훈을 외면해서는 안될 것이다.당장 서울의 선거결과를 「이변」으로 받아 들이는 사실 자체가 그동안의 정치가 얼마나 민심과 떨어져 있었는지를 말해주는 것이다.도태되지 않으려면 떨어져 있던 민심으로 되돌아가야 한다.그러자면 3金구도.지역주의라는 기성정치로서는 될 수가 없다.사람과 의식과 행태가 모두 바뀌어 야 한다.부산.경남 싹쓸이,호남 1백%,충청 몰표,이런 「지역밑천」만으로 미워도 金씨,고와도 金씨 하던 시대가 가고 있는 징후를 4.11총선은 뚜렷이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선거결과에 따라 곧 있을 정치권의 자체정비와 정계개편움직임에서 총선민심을 어떻게 수용하는지 주시코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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