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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원칙에 충실한 경제 운영 기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총선후의 정책 환경은 과거와 다른 특징을 갖는다.
정책 추진체인 행정부와 입법기관인 국회,행정부의 울타리 역할을 하는 여당간에는 새로운 세력관계가 형성되면서 그들의 관심은민생안정이나 국가 발전전략 수행보다 정치 세력간의 새로운 편가르기와 외교안보 문제의 정치이슈화,내각제 개헌, 대통령 선거를겨냥한 과거 들춰내기 등으로 몰릴 것이다.
정책적 관심이 약화되기 쉬운 상황 속에서 우리 경제는 몇가지우려할 만한 모습을 보인다.
총선과 관련한 경기부양책 때문에 다소 주춤하던 경기하락은 다시 진행될 것이다.수출부진과 설비투자 부진,그리고 대중소비의 약화 때문이다.
하반기에는 정부 재정지출 조기집행의 여력이 소진되고,금융완화정책기조는 물가불안 또는 국제수지 악화 때문에 계속되기 어렵게된다. 물가불안을 막아줄 것으로 기대되는 가격파괴 현상(수입선다변화 제도의 조기 폐지등)은 한계점에 접근하고 있는 외채문제(국제수지 악화)를 동반하거나 중소 제조업과 영세 유통업의 도산 증가로 연결된다.
거의 모든 기업에 적용될 수 있는 현상은 채산성 악화인데 이것은 금융시장에서의 경쟁촉진 현상과 함께 금융기관의 부실화를 가속화시킬 것이다.
여기에다 그동안 그럴 듯하게 보이도록 관리되던 몇가지 경제지표가 본래 모습을 드러내기 쉬운 상태에 빠진다.
매수 우위의 행정지도,외국인 투자한도의 확대로 주가가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이자율 하락에 기여했던 회사채 발행물량 조절이나 신탁금리인하 압력은 더 이상 효과를 보기 힘들 것이다. 여기에다 민간 여신은 오히려 줄여야 할 것이다.지불준비율을 인하하고 신탁계정 자금을 은행계정 자금으로 사실상 전환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이미 공표된데다 외자유입은 점점 늘어날것이며,이미 풀린 자금도 돌기 시작하면 경제운영에 부담 을 줄정도이기 때문이다.
여기다 코스트 푸시압력은 인건비의 지속적 상승,국제원자재 가격상승,행정비효율,물류비용 상승 등 때문에 누적되기만 한다.
그런데도 정치는 단기적 경제 부양과 생활의 질 개선을 노래하면서 그 기반이 될 조치에는 앞장설 생각이 없는 듯하다.
따라서 우리 사회는 경제운영에 관련해 몇가지 원칙을 지키는 노력이 요청된다.
첫째,내년 대통령 선거 때까지 정치논리가 더 이상 시장경제 체제의 왜곡이나 임기웅변식의 정책운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국민들이 감시하고 자신들의 요구도 자제해야 한다.여야를 구별할 이유가 없고 보수와 혁신 모두에 해당된다.
둘째,왜곡된 상태로 관리되는 경제지표(주가.이자율.물가.통화량.수출)는 미래를 망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이제는 심리전으로문제를 풀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셋째,미래예측 가능성을 높이려는 노력(예:인플레 진정,정부재정의 건전화)과 사회 통합을 도모하는 일(공공자료의 공개,정책의 투명성 제고,경제적 약자의 변환지원,정책수립시 절차의 존중등)은 아무리 강조해도 필요한 수준에 이르기 어려 울 정도다.
넷째,공공부문이나 금융산업에서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조직개편은 불가피한데,그것을 주도하는 기관장들의 수명은 턱없이 짧게 운영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이한구 대우경제硏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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