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도발은 분배체제 異常 반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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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최근 북한의 도발 행위와 관련,지난 2월과 3월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미국내 북한 전문가들이 9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방북 보고회를 가졌다.
유진벨재단 대표며 컬럼비아대 한국학연구소 연구원인 스티브 린튼 박사와 국무부 정보분석실 동북아담당관인 보브 칼린은 이날 아시아협회.한국경제연구소 등이 주관한 오찬 모임에서 식량난을 포함해 전반적 경제난에 처해있는 북한 내부 모습의 단편을 전하고 현 사태에 대한 해석을 덧붙였다.
북한을 14차례 방문한 린튼 박사와 지난 20년간 문건을 통해 북한을 연구해온 칼린이 첫 방북 경험을 토대로 지적한 북한실상의 단면이 상당히 일치해 관심을 끌었다.
두 사람의 발언 중 주목할 부분을 요약해 소개한다.
▶북한의 프로파간다(선전운동)가 나름대로 리듬을 갖고 반복되듯 북한의 행태 또한 일정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따라서 북한이비이성적 집단이라는 시각은 잘못된 것이다.그들도 체제 자체의 운용 논리를 가진 국가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
▶홍수피해 등 경제난은 북한 사회의 분배 체계에 문제가 생기고 있음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지역기관에 대한 중앙으로부터의 배급 체계가 물자부족으로 인해 원활히 작동하지 못함에 따라 지역조직의 자율성이 제고되고 중앙통치기관의 기능이 상대적으로 약화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현재 비무장지대에서 군부가 주도하는 도발적 행위 또한 분배체계의 문제와 관련이 있다.북한 군부는 북.미 기본합의문에 따라 정당한 대가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지도부는 서방세계가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지속하는 한 자신들의 경제난 책임을 외부로 전가하려 들 것이다.이들은 대미관계 개선 등 외교적 문제만 해결되면 경제난이 해소될 것으로 단순하게 생각하는 측면이 있다.
▶주체사상으로 무장된 북한이지만 북한 지도부는 현재의 식량난을 인간 사회에 대한 기본적 위협으로 판단,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 ▶김정일(金正日)의 권력승계는 김일성(金日成)3년상을치르게 되는 올 가을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만일 승계가 지연된다면 이는 홍수 피해등으로 축하 분위기를 조성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북한을 다른 사회와 비교하려는 노력 자체가 무의미할지 모른다.있는 그대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워싱턴=길정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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