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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금리 ‘마이너스’ … 물가 올라 예금이자 남는 것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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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회사원 박모(35)씨는 최근 한 시중은행의 정기예금에 2000만원을 넣었다. 금리는 연 6.2%. 박씨는 “마땅히 돈을 굴릴 데가 없어 돈을 맡겼지만 물가가 오른 것과 세금을 감안하면 손에 쥐는 게 없다”고 말했다.

6일 한국은행과 통계청에 따르면 6월 실질금리는 ‘0%’로 주저앉았다. 실질금리는 명목금리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뺀 것이다. 6월 은행의 평균 예금금리(저축성 수신 기준)는 연 5.5%였는데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5.5%였다. 실질금리가 0%면 예금자가 손에 쥐는 실제 수익률은 마이너스가 된다. 이자소득세(세율 15.4%)까지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은행에 돈을 맡겨도 손해를 보는 구조다. 7월에는 물가 상승률이 5.9%로 더 가팔라진 만큼 실질 수익률뿐만 아니라 실질금리도 마이너스로 떨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돌아서면 소비는 더 위축되기 쉽다. 특히 이자 생활자들에겐 직격탄이나 다름없다. 시중 자금도 정상 흐름을 벗어날 가능성이 크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상황에서 실질금리 마이너스 상태가 지속되면 돈은 갈 곳을 찾지 못하고 떠돌아다니게 된다”며 “금융회사의 자금 배분 기능이 떨어져 투자와 소비를 더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뛰는 물가를 따라잡으려면 정책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 지난달 이성태 한은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금리 인상을 강력히 시사했다. 하지만 7일 금통위 결과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그렇지 않아도 위축된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며 금리 동결을 예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하반기에 경기 둔화가 가시화되면 금리 인상은 물 건너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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