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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FTA, 날 믿어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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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Trust me(나를 믿어달라)!”

6일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에 대한 의지를 천명하며 이렇게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시 대통령은 “솔직히 말해 미 의회와의 관계가 결코 쉬운 것은 아니지만 미국 대선이 끝난 뒤 크리스마스 때까지 3주일 동안 이 문제를 집중 처리토록 하겠다. 미국-콜롬비아 FTA와 함께 처리하겠다”며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대선이 끝나고 새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까지 어떻게든 FTA 문제를 처리하겠다는 각오다.

부시 대통령은 “다행스럽게도 이 기간 중엔 FTA 문제 외엔 별다른 어젠다가 없어 상당히 유리하다”며 “난 자유무역주의를 강력히 지지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 정상은 향후 청와대 정정길 대통령실장과 백악관 조슈아 볼턴 비서실장이 창구가 돼 FTA 문제를 계속 협의키로 했다.

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은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우리가 인내심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고 했고,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북한 지도부가 어떻게 생각하더라도 우리의 전략대로 일관성 있게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부시 대통령이 이 대통령에게 “(아프간이나 이라크 평화재건 문제는) 공개적으로 거론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은 이 문제를 민감하게 생각하는 한국 정부에 대한 배려 차원이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4월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 때도 “당신에게 부담을 주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정상회담은 당초 예정시간보다 5분이 긴 1시간5분 동안 진행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금강산 문제 등 돌출 사안과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논의가 길었다”고 설명했다. 두 정상 외에 양측에서 7명씩이 배석한 확대정상회담 형식이었다. 한국 측 배석자는 유명환 외교부 장관, 이태식 주미대사, 정정길 대통령실장, 김성환 외교안보수석, 박병원 경제수석, 이동관 대변인, 김숙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이다. 또 미국 측에선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와 조슈아 볼턴 비서실장, 제임스 제프리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 케빈 설리번 홍보보좌관, 데이너 페리노 대변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데니스 와일더 NSC 선임보좌관이 배석했다.

정상회담 직전 환담에선 부시 대통령 방한 반대 시위가 화제로 떠올랐다. 이 대통령은 “우리 국민 다수가 부시 대통령의 방문을 기대했다.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환영 모임을 가졌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뒷전에서 반대하는 사람도 있다. 숫자는 제한적이었다”고 하자 부시 대통령이 큰 소리로 웃었다. 이어 부시 대통령이 “한국처럼 자유로운 세상, 자유로운 나라에 오게 돼 기쁘다. 자유로운 나라는 자기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하는 나라다”고 하자 이번엔 이 대통령과 한국 측 배석자들 사이에 폭소가 터졌다.


서승욱·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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