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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대 총선 막판 중앙票지원 요청 봇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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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8일 오전 신한국당 강삼재(姜三載)총장실에 김포에서 출마한 김두섭(金斗燮)위원장이 헐레벌떡 뛰어들어왔다.그는 기자에게 두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만들며 하소연 했다.『돈이 말랐어요.1억원만,아니 단돈 5천만원만 지원해줘도….』 연신 ■ 술에 침을바르는 그의 입주위가 하얗다.
30분도 안돼 이번엔 성북갑 심의석(沈宜錫)위원장이 찾아왔다.『성북에 기적이 일어난다고들 하는데 중앙당이 뭘 도와주는게 있어야지.』 그의 얼굴표정엔 불만이 가득하다.총장을 만난 뒤에도 표정이 밝아진게 없다.「실탄」 달라고 왔는데 『다 어려우니견뎌보자』는 말밖에 들은게 없기 때문이다.
총선 이틀전,전국 2백53개 지역구에서 출마하는 후보들은 사생결단만 남았다.「막바지 이틀싸움」이 앞으로의 4년,심한 경우평생을 좌우한다.그래서 여야 중앙당엔 SOS전화가 불이 난다.
신한국당의 강용식(康容植)상황실장은 『1분단위로 전화가 오는데 결재를 못할 지경』이라고 한다.
충남공주에서 출마하는 이상재(李相宰)위원장은 이미 열번 이상전화를 걸어 읍소했다.『상대방인 정석모(鄭石謨)후보가 강적이지만 나는 분명히 살아남는단 말입니다.』 李위원장이 우겨서 이회창(李會昌)선대위의장은 당초 시장방문 정도로 그치려 던 지원유세를 정당연설회로 바꿨다.이같은 읍소로 중앙당 전략이 바뀐 곳도 있다.당초 포기지역이던 전북김제 같은 곳이다.『시의회 의장과 의원들이 찾아와 역대 선거결과를 제시하며 고정표가 2만4천~2만6천표라고 하더군요.실제로 여론조사 를 해보니까 야당 후보들이 난립해 어부지리도 가능하겠더라고요.』 그때부터 집중 지원이 시작됐다고 한다.부천원미갑 허태열(許泰烈)후보도 비슷한 케이스다.
「막판 아우성」은 야당도 하나 다를게 없다.
자민련 한영수(韓英洙)선대본부장은 지난주말 「눈물의 전화」를받았다.강원도에서 출마한 모 후보가 세번째로 전화하며 울음을 터뜨린 것이다.『제가 효자로 살아옵니다.기필코 당선될텐데 돈이말라 못움직여요.』 韓본부장은 『당 사정을 잘 알지 않느냐』며오히려 통사정했다.
8일 오전 열린 국민회의 선대위 의장단 회의장엔 난데없이 김희선(金希宣.동대문갑)위원장이 나타났다.『운동원들 국밥도 못먹이고 있어요.다 이긴 선건데 …당에 돈이 없으면 의장 개인돈이라도 좀 주세요.』 막판에 金위원장이 울먹이는 바람에 의장단들은 시선둘 곳을 찾느라 전전긍긍해야 했다.
민주당 이중재(李重載)선대위 공동본부장은 『사무실 들어가기가싫다』고 한다.자리에 앉기 무섭게 전화공세에 시달려야 하기 때문이다.한결같이 『돈좀 보내달라』는 것이다.李본부장은 『내가 울고싶을 지경』이라고 말한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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