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총선에바란다>중산층이 중심잡아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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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내일 모레가 투표일이다.유권자 모두가 사흘후부터를 생각해 볼때다. 여론조사들에 의하면 아직까지도 총유권자의 40%가 부동표다.맞는 말이 아니다.유권자 모두가 1백% 부동표로 투표 마지막 시간까지 남아 있어야 한다.그래야 나라 위하는 참된 선량을 골라 낼 수 있겠기 때문이다.
물론 전국민 모두가 이같은 인식을 가져야 한다.유권자 한명한명의 자각이 중요하다.하지만 그중에도 특히 사명감을 가져야 할계층이 있다.바로 중산층이다.두눈을 부릅뜨고 정당 정당을,후보후보를 지켜보고 판단해야 한다.
이번 선거에 나라의 운명이 달려있고 15대 국회의원의 임기중에 20세기가 마감되고 21세기가 시작된다는 분명한 역사인식을가져야한다.그같은 점에서 중산층들은 나라의 운명이 자신의 한표에 달려있음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치열한 심정으로 투표해야 한다. 특히 중산층을 강조하는 것은 지금 나라의 형편때문이다.지금우리상황은 중심축이 없다.구심점 부재상태다.그리고 우리실정에서나라와 국민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세력은 중산층을 제외하고는 없다. 더이상 군인들의 시대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매사를 정치적 이해득실로 재는 정치인들의 시대도 아니다.그렇게 돼서도 안된다. 물론 특정 계층이 권력을 차지하는 일이 있어서도 안된다. 중산층이 중심을 잡아야할 이유는 또 있다.선거판을 한번 둘러보라.
과열선거로 인해 오염되지 않은 곳이 한 곳도 없다.백화점마다,동네마다 입후보자들이 할퀴어놓은 상처가 한두군데가 아니다.
각당의 선거운동원들이 모조리 나와 호객행위도 할대로 했다.행인이 지날 때마다 서로가 인사를 했다지만,누구에게 인사를 했는지 그들 마저도 몰랐다.서로가 상대방 운동원에게 꾸벅대고들 있었으니 말이다.난장판이라고 한다면 이번 선거를 폄하는 말이 될는지도 모른다.그러나 그것보다 더 격 높은 단어를 찾아 낼 수도 없다.
사실 이렇게 된데는 중산층의 책임이 크다.선거가 개판이 되고나라가 지역감정에 갈가리 찢겨져 나가고 있는데도 중산층들은 외면하고 있었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더욱 국민 어려운 줄을 모르고 방약무인해졌으며 싹쓸이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한석이라도 빠져나가면 재미없을줄 알라』는 식의 협박처럼 들리는 얘기들도 서슴지 않았다.중산층이 나서야 하는 것은 그것이 권리라서가 아 니라 책임이기 때문이다.사정이 이지경이 된 것은 다른 사람들이 아닌 중산층의 책임인 것이다.
중산층이 나서면 중산층다운 기준이 있어야 한다.이 사회에 무임승차하려는 사람은 단호히 경고해야 한다.우리가 이만큼 먹고 살 수 있도록 성장하는데 나름대로의 기여를 했다고 경력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후보여야한다.
앞으로 나라를 어찌 끌고나가겠다고 납득할만한 비전을 제시해야한다. 돈주고 공천따고 그 출혈을 국회에 들어간뒤 벌충할 수 있다고 믿는 후보들이 분명히 보인다.신념이나 소신은 접어둔채 줄서기만을 능사로 아는 해바라기 후보들도 뻔히 알 수 있다.이런 후보들을 따끔하게 혼내주는 것이 바로 중산층의 몫이 다.
이번에 「여기 중산층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줄때 비로소나라의 주체가 형성될 것이다.
〈연세대.교육학〉 한준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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