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뮐러 타계 3개월지나도 베를린앙상블 극단장 후임 못정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3면

세기의 극작가이자 연극감독인 하이너 뮐러가 극단장으로 있었던베를린 앙상블이 뮐러의 후임자 선출을 놓고 고민에 빠져있다.지난해 12월30일 뮐러가 타계한지 3개월이 지난 지금도 독일 연극계와 베를린 앙상블은 새 극단장을 결정하지 못 하고 있다.
거장 뮐러의 공백을 메울 만한 인물이 없는데다 그의 사망 충격이 워낙 커 후임자 결정까지는 이래저래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독일정부로부터 연간 1백20억원의 재정지원을 받고있는 독일 유수의 베를린 앙상블 극단장은 이 극 장의 감독위원회에서 결정한다.그러나 실제로는 다른 독일 극장에서와 마찬가지로 극단원들의 추천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현재 가장 유력한후보로는 이 극단의 33세 「신예」 마르틴 부트케가 떠오르고 있다.그러나 정작 부트케는 자신은 적임자가 아니라며 극구 사양하고 있다.
뮐러는 베르톨트 브레히트 이후 독일의 「유죄의식」을 시적으로가장 잘 포착한 천재작가로 불린다.크리스타 볼프.슈테판 하임 등과 함께 옛동독을 대표하는 작가였던 뮐러는 독일과 독일 역사의 파국,세계의 야수적인 대혼돈을 깊이있게 묘사 했다.
『4중주』『햄릿머신』등 그의 주요 작품은 전세계에서 공연되고있다.93년과 94년에 그의 작품을 1개 이상 공연한 독일극장은 2백52개나 된다.옛동독 문화정책 당국과 끊임없이 충돌하면서도 마르크시즘에 대한 애착을 버리지 않고 동독 에 남아 활동했던 그의 작품은 농축적이고 난해한 연극으로 정평이 나있다.
지난 1월16일 거행된 그의 장례식에는 귄터 그라스.다니엘 바렌보임,에버하르트 디프겐 베를린 시장.리하르트 폰 바이츠제커전대통령등 각계 유명인사들이 참석했다.
베를린 앙상블이 그의 작품을 8일동안 공연하는등 독일에서는 뮐러에 대한 애도의 물결이 아직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베를린〓한경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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