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번엔 아저씨 응원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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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 응원단’인가, ‘아저씨 응원단’인가.

북한이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단 응원을 위해 평양에서 대규모 응원단을 파견했다. 여자축구 예선경기가 열리는 선양에 4일 도착한 160여 명의 응원단은 40대 아저씨와 아줌마들로 알려졌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과 2003년 대구 유니버시아드 때 왔던 미녀응원단이 아니었다.

베이징, 선양, 단둥의 북한 식당에서 일하는 여성 근로자들도 응원전에 합류한다. 선양의 한 사업가는 “6일 선양과 단둥의 북한 식당들이 문을 닫고 종업원들이 응원을 할 것”이라고 전했고, 베이징 북한 대사관 관계자도 “베이징에 있는 10여 곳의 공화국(북한) 식당에 복무하는 근로자들을 식당별로 2~4명씩 뽑아 선양에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미녀 응원단’이 이미 베이징에 와 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한 북한 대사관 관계자는 “응원단이 지난주 열차 편으로 베이징에 도착해 대사관에 머물며 응원을 준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재일조선인총연맹(총련) 관계자도 “당초 공화국이 300명의 응원단을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었다”며 “선양 응원단과 별도의 응원단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 대사관 주변은 조용하다. 나돌아다니는 사람도 없고, 응원 연습을 하는 소리도 흘러나오지 않는다. 북한 응원단의 규모와 동선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북한은 정부 수립 60주년을 기념해 이번 올림픽을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키려는 일환으로 삼고 있다. 그래서 신비감을 극대화해 응원단 효과를 키우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말도 흘러나온다.

◇계순희 인기 실감=5일 오전 고려항공 편으로 베이징에 도착한 여자유도 57㎏급 우승후보 계순희(28)는 취재진의 질문공세에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기도 했으나 이내 웃음을 되찾았다. 계순희는 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와의 인터뷰에서 “금메달을 딸 확률이 99%”라며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우승했던 그는 체급을 올린 뒤 시드니와 아테네에서는 각각 동·은메달에 그쳤다. 하지만 세계선수권에서는 4회 연속 우승하는 등 실력은 녹슬지 않았다는 평가다.

북한 관계자도 “해봐야 아는 것이지만 계순희 선수가 (우승)가능성이 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들었다. 역대 최대 규모인 136명의 선수단(선수 63명)을 파견한 북한은 10개 이상의 메달을 획득해 92년 바르셀로나(금 4, 동 5) 때를 넘어서겠다는 목표다.

베이징=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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