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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샹브르 생디칼' 패션학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파리 시내 중심의 오페라좌와 패션가 생토노레가 맞닿아 있는 생 로슈 거리.이곳에는 「샹브르 생디 드 라 쿠튀르 파리지엔느(이하 샹브르 생디칼로 약칭)」라 불리는 예비 디자이너들의 산실이 자리잡고 있다.
70여년전 파리의상조합이 설립,운영중인 이 학교는 에스모드 파리.스튜디오 베르소와 함께 프랑스를 대표하는 패션 전문 교육기관. 에스모드 파리가 주로 프레타포르테(기성복)를 위한 패션업계 종사자 양성에 역점을 둔다면 샹브르 생디은 고급 맞춤복을뜻하는 오트 쿠튀르의 전통을 이어갈 디자이너를 키워내는데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아무리 패션에 문외한인 사람이라도 그 이름만으로 고개가 끄덕거려질 이브 생 로랑.이세이 미야케.발렌티노 가라바니.파코 라반 등 대가들이 모두 이 학교 출신.
3년과정으로 1주일에 30시간씩 실기위주 수업이 진행되는 샹브르 생디 교육의 특징은 잘 알려져 있듯 입체재단에 있다.
종이에 의복을 제도하는 평면재단과 달리 입체재단은 인체나 마네킹위에 트왈(면이나 마 등 두껍게 직조한 평직물)을 이용,직접 재단하면서 디자인하는 것이 특징이다.이 학교에서 입체재단을강의하는 교수진은 이미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수십년간 일해온 경력자들로,이들은 학교 학생들 외에 현업에 종사하는 재단사들을 위해 특강도 한다.재클린 르전느 교감은 『많은 의상학교 출신들이 의외로 옷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
그러나 스타일화만 잘 그린다고 좋은 디자이너가 되는 것은 아니다.우리는 스타일화 뿐만 아니라 재단에서 바느질까지 옷에 관한한 철저한 전문인을 키워내려 노력한다』고 교육방침을 설명했다.고교 졸업후 대학입학 자격시험을 통과한 신입생들 못지않게 디자이너로 활동하다 편입학하는 나이든 학생들의 비율이 만만치 않은 것은 이런 교육특성과 관련이 있다.
파리시내 여타 패션학교들과 마찬가지로 샹브르 생디칼에서도 현재 수많은 한국인 유학생들이 패션 디자이너의 꿈을 키우고 있다.전교생의 절반을 차지하는 외국인 학생들 중에서도 한국인 학생은 그 수가 가장 많아 전체의 20%선.졸업반에 재학중인 이서진(26)씨는 『한국 학생들은 대체로 실기면에서 매우 우수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면서 『몇몇 교수들은 「말도 안통하는 동양애들이 프랑스 문화의 좋은 점을 다 훔쳐간다」며 프랑스 학생들을 야단칠 정도』라고 수업 분위기를 전한다.
르전느 교감은 『십수년전엔 일본 학생들이 가장 많았다』며 『그들이 일본을 신흥 패션 선진국으로 이끈 사실을 기억해보면 한국 패션의 미래는 밝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파리=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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