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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협상술의 ‘10대 원칙’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With JINNA PARK in Seoul.

북한 협상술의 ‘10대 원칙’

뉴스위크1. 상대를 파악한다
상대의 입장이나 요구 등을 철저히 조사해 추측한다. 상대에게 협상 이외의 선택지(BATNA)가 있는지, 또는 협상을 결렬시키지 않고 이쪽이 어느 선까지 요구할 수 있는지를 분석한다. 협상에 들어가기 전에 상대와의 역학관계를 파악하지 않으면 효과적인 협상전략을 세울 수 없다.

2. 대등한 입장을 만들어낸다
상대의 입장이 더 유리한 경우 압도당하기보다 불리한 점을 없애는 노력이 중요하다. 북한은 협상을 양국 간 협의로 가져감으로써 이것을 실현. 또 쌍방 당사자가 동시에 의무를 이행하는 ‘행동 대 행동’을 북이 고집하는 것도 미국에 대한 불신감뿐 아니라 같은 입장에서의 승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3.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
화술로 상대를 구슬리려는 생각에 많이 지껄이는 것은 금물. 상대에게 필요 이상의 정보나 협상재료를 제공하기 쉽다. 역으로 협상 중 침묵을 이용해야 한다고 전문가는 말한다. 상대가 어색한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려 애쓸 때 의외의 정보를 얻는 경우도 있다.

4. 항상 모호한 태도를 유지한다
아무 때나 어중간한 태도를 취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어느 단계에서 어떤 요구를 할까(또는 취소할까), 또는 협상의 목표가 어느 선일까 상대가 계속 추측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협상타결의 실마리를 내보이지 않으면 상대를 쉽게 요리할 수 있다.

5. 의도적으로 위기를 연출한다
북한이 위기를 고조시키는 것은 광기가 심해서가 아니다. 모든 것은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계산된 타이밍이 있다. 강한 BATNA가 있으면 상대가 “하지 말라”고 말한 것을 일부러 더 해서 대가를 높이는 일도 가능해진다.

6. ‘좋은 경찰, 나쁜 경찰’ 수법
고전적인 협상술의 하나. 위협적인 경찰이 용의자를 위축시킨 뒤 또 다른 경찰이 상냥하게 말을 걸어 정보를 털어놓게 하는 수단. 북한의 경우 상대가 조금만 양보해 준다면 강경파인 군부를 설득할 수 있다고 압박하는 경우가 많다.

7. 무관한 문제를 협상과 연결시킨다
부부싸움 등에서 흔히 쓰이는 수단 중 하나. ‘옛날 얘기를 왜 이제 다시 꺼내나’ 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으리라. 상대를 화나게 만들 가능성이 클뿐더러 엉뚱한 문제를 꺼내 협상이 큰 ‘패키지’로 부풀려 더 많은 대가를 얻을 수 있을지도.

8. 협상장 밖에서도 ‘협상’한다
협상은 실제의 대화뿐만이 아니라는 인식이 중요하다. 회의장 밖에서도 정보수집을 계속해 상대방의 생각과 입장을 바꿀 수 있는 행동을 생각하고 실행하는 것이 승부를 좌우한다.

9. 시간을 자기 편으로 만든다
상대에게 압력을 가할 뿐 아니라 협상 과정을 지연시키는 효과적인 수단. 이것은 단순한 ‘시간벌기’와는 달리 상대에게 심리적 압력을 가하는 것이 목적. 협상이 진전되지 않고 시간만 지나가면 상대는 “내가 타협하지 않으면 합의가 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10. 자신의 의무를 구체화하지 않는다
합의안은 자시의 의무를 모호하게 남겨둔 채 상대의 의무는 구체적으로 명시하도록 해야 한다. 다만 이만큼 유리한 입장에 이르기 위해서는 협상에서 상대방이 “우리가 양보하지 않으면 결렬된다”는 생각을 갖도록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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