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전문가칼럼>정보고속도로의 체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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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인터네트를 이용하는데 가장 큰 애로는 구리 전화선을 이용한 통신의 속도(28.8k bps)다.멀티미디어의 전송은 직접 네트워크가 아닌 전화선 통신에서는 비현실적이다.통신방식을 디지털로 바꾼 종합정보통신망(ISDN)마저 1백28k bps에 불과해 멀티미디어에는 역시 역부족이다.
구리선을 광섬유로 바꿀 수 있다면 전송량이 월등히 증가해 문제가 없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모든 가정에까지 광섬유를 설치하자면 25년은 걸린다는 전망이다.비용도 비싸 가정에 광섬유를 쓰도록 강요할 수 없는 노릇이다.
광섬유를 설치하는 소수 가정의 설치비는 1만달러가 넘을 것이란 말도 나오고 있다.
이렇듯 답답하던 전송 속도에 관해 최근 갑자기 부각되는 ADSL(Asymmetric Digital Subscriber Line)은 한가닥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기존의 전화선을 그대로이용하는데다 이론상으론 전송량이 6~10메가bp s에 이르러 영화와 같은 대량의 정보도 몇 편씩 전달할 수 있는 통신방법이다.벨 애틀랜틱사(미국 지역전화회사)가 연내 일반 용도에 사용할 것으로 알려져 갑자기 실용화가 이뤄지는 느낌이다.
현재로선 장비도 비싸고 전송 거리에 비례해 잡음이 증대하므로이번에 벨 애틀랜틱사가 제공하는 인터네트 접속도 1.5메가bps에 불과하다.그래도 ISDN보다 12배의 속도가 되는 셈이다. 현재 미국.영국.캐나다.이탈리아.싱가포르 등지의 수십개 전화회사가 시험해 실용성이 입증됐다고 하며 모토로라.AT&T등이ADSL칩 개발에 나서 머지않아 실용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같은 개선도 통신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한 끝없는 경주의 첫 걸음에 지나지 않는다.
미래에 온 세상이 광섬유로 통신한다고 해도 인간의 욕구는 쓸수 있는 통신량을 모두 소모하고 더 이상을 갈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방송과 같은 집단적 메시지에 비해 각자의 구미에 맞도록개별화된 정보의 소통을 위한 통신량은 상상하기 어렵다.미래의 가정주부들이 저녁시간에 컴퓨터 앞에 앉아 화상(畵像)동창회를 한다면 그 통신량을 감당할 기술이 과연 있을까.
김찬웅 재미 뉴미디어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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