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파동 영국인 쇠고기 기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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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3일 오후8시 각종 음식점이 밀집해있는 런던의 중심지 「소호」. 스테이크 전문점 「비프이터」는 불과 5명의 손님이 맥주를마시고 있을 뿐 60여평의 드넓은 홀이 거의 비어있다.반면 길건너편 「켄터키 치킨」점에는 주문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죽 늘어서 있다.
광우병 파동이 몰고온 진풍경 중 하나다.
지난달 20일 광우병(BSE)이 인간에게 전염돼 치명적인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CJD)」을 일으킬 개연성이 있다는 영국정부의 공식 발표 이후 영국의 식품회사.식당.슈퍼마켓 등에서는희비가 엇갈리고 있다.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쇠 고기 기피와 이에 따른 가격 폭락.뇌와 뼈,내장 등만이 위험할 뿐 살코기는 위험하지 않다는 정부의 호소에 가까운 설명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영국인들은 쇠고기를 기피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맥도널드.버거킹 등 세계적 햄버거 체인들의 매상은급락했다.
이들은 지난달 말부터 네덜란드 쇠고기를 긴급 수입,영국산은 안쓴다고 대대적인 광고를 내고 있으나 아직도 종전 판매량에는 못미치고 있다.
은행원 토니 프리스톤은 『일요일 점심마다 온 가족이 둘러 앉아 「로스트 비프」(구운 쇠고기)를 먹는 것이 풍습이었으나 이젠 이 행복한 시간도 없어지게 됐다』고 아쉬워한다.
이런 와중에 영국내 대표적인 슈퍼마켓체인 「새인즈베리」가 지난달 30일 절반 가격에 쇠고기 세일을 시작하자 일단 쇠고기를맘껏 먹어보자는 「용감한 손님」들이 쇄도,사상 최고의 판매량을올리는 기현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광우병에도 불구하고 거리낌없이 쇠고기를 즐기는 영국인들도 적지 않다는 얘기다.
쇠고기 소비가 격감한 대신 돼지.양.닭고기 수요는 크게 늘었다.특히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음식은 영국 만이 아니라 다른 서방 국가에서도 날개돋친 듯 팔리고 있다.
25~30%씩 매출이 늘어난 돼지.닭고기의 경우 매일 1백만파운드(약 12억원)및 50만 파운드(약 6억원)어치씩 더 팔리는 것으로 집계됐다.생선도 15%쯤 판매량이 늘었다.
런던=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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