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경찰,밀입국 男女 무차별 구타TV생중계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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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미국 경찰이 미국에 밀입국하던 멕시코인들을 구타하는 장면이 TV에 생중계돼 「로드니 킹 사건」이 재연될 우려를 낳고 있다. 사건은 1일 국경도시 샌디에이고 북쪽 고속도로에서 멕시코 불법 이민 21명을 태운 픽업 트럭이 경찰 검문에 불응하고 도주하면서 시작됐다.
경찰은 40여분동안 추적했고 로스앤젤레스 교외에 이르러 밀입국자들은 도로변에 차를 버리고 인근 숲속으로 달아났다.이때 경찰은 미처 도망치지 못한 남녀 2명을 잡아 무자비하게 구타했다. 운전자로 보이는 남자는 경찰들로부터 곤봉으로 마구 얻어맞은뒤 체포됐고,운전석에 타고 있던 여성도 머리채를 낚여 땅바닥으로 떨어진 뒤 곤봉세례를 받았다.
이 장면은 TV방송국 헬기 카메라로 생중계됐으며 각 언론기관에는 항의 전화가 쏟아졌다.
이 뉴스를 접한 연방 정부는 즉각 사건진화에 나서 빌 클린턴대통령이 우려를 표시했다.경찰 당국은 쏟아지는 비난을 잠재우기위해 폭행에 가담한 경찰관 2명을 정직처분했고 미 연방수사국(FBI)도 수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이민민권협회가 항의 성명을 발표하는 등 여론이 더욱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특히 멕시코계가 동요하고 있다.
멕시코 정부도 미국 정부에 공식적으로 항의했고 멕시코 총영사관을 비롯한 로스앤젤레스의 멕시코계 지도자들은 2일 모임을 갖고 대책을 논의했다.
LA지사=최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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