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000 돌파, 그 후 1년 … ‘플러스’ 성적 낸 주식형 펀드 全無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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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호 28면

“잠시 쉴 때다. 그렇다고 단단한 오르막길이 부서지진 않았다.” 한국 증시에서 가장 ‘큰손’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구재상 사장은 꼭 1년 전 중앙SUNDAY가 의뢰한 설문조사에서 장세를 이렇게 짚었다. 그는 바닥이라고 해야 1800선쯤으로 예상했다. 당시 코스피는 사상 처음으로 2000포인트를 돌파했다. 그러나 낙관은 빗나갔다. 다른 운용사 사장과 펀드매니저들 대부분이 비슷했다. 코스피는 1년 만에 1530선까지 내려갔다. 23% 넘게 빠졌다.

그동안 국내 주식형 펀드엔 어떤 일이 생겼을까. 단기성과에 집착하는 건 금물이지만 수익률 흐름을 보는 건 중장기 투자병법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된다. 코스피는 지난해 7월 말 2000포인트를 찍은 뒤 미국발 신용위기 우려로 일시 급락한 뒤, 다시 용틀임을 하면서 10월에 사상 최고치(2064)까지 올랐고 이 과정에서 대형주가 기여를 많이 했다.

그러나 신용위기에 인플레 파고까지 심해지면서 올 들어 시장은 속절없이 가라앉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엔 방어력이 뛰어난 중소형주가 돋보이는 추세다.

펀드평가사인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주식형펀드 수익률 1등은 JP모건의 ‘JF 코리아 트러스트’펀드(-5.6%)였다. <표 참조> 최근 3개월·6개월 수익률도 상위 1% 안에 들어 기복 없는 실력을 과시했다. 이 회사 박순희 이사는 “유동성·시장 변동성에 발 빠르게 대응토록 30여 개의 대형주에 선택적으로 투자하면서 좋은 성적을 냈다”고 말했다. 국내 펀드 670개 전체의 평균 수익률은 -19%에 그쳤다.

미래에셋의 간판 주자인 ‘디스커버리’펀드는 -10%가량의 하락률로 체면은 지켰다. 디스커버리엔 1년간 5조원 넘는 돈이 들어왔다. 올해 관련주 주가가 회복하면서 수익률 하락을 만회할 기회가 있었던 한국운용·미래에셋의 그룹주 펀드들도 줄줄이 수익률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같은 그룹주 펀드라도 우리CS운용의 ‘SK그룹 우량주 플러스’펀드는 -28%의 저조한 성적을 냈다. 에너지 업종의 비중이 큰 데다 유가 상승으로 비용이 늘면서 수익성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삼성투신의 ‘Value’펀드와 SH운용의 ‘Tops Value’펀드 같은 가치주 펀드들도 선방했다. 삼성투신의 정인승 매니저는 “최근 휴켐스·대한제강이 크게 올라 수익에 기여했다”며 “시가총액 300위 이내의 중대형주 중에서 저평가된 종목을 발굴하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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