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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현장에서>SBS 새 사극 '만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곧 무너질 것같은 초가집 마당.어린 만강(최우혁 분)이 낫을갈고 있다.그 한옆으로 한가로이 암탉 한마리가 놀고 있다.닭발에는 피아노줄이 매여있다.카메라 앵글에서 멀리 도망가지 못하게해놓은 것.
27일 충남아산시송악면외암리 민속마을.SBS-TV가 다음달 1일부터 선보이는 새 사극 『만강』(임충 극본.김재순 연출) 촬영이 한창이다.『만강』은 87년 KBS-2TV에서 방영됐던 『사모곡』을 리메이크한 작품.양반집 아들로 태어난 주인공이 하인의 자식과 바뀐뒤 갖은 고생끝에 과거에 급제하는 파란만장한 인생을 그린 대하드라마다.이날 촬영분은 만강의 어린 시절.첫 장면은 만강이 지게를 지고 나뭇짐을 구하러 가는 대목이다.문이열리고 얼굴에 잔뜩 수염을 붙인 시 커먼 포졸이 나타난다.이영하가 분장한 만강의 아버지 막손이다.미남배우 이영하의 본얼굴은찾을 길이 없다.몇차례 입을 우물거리며 대사를 외운다.무사히 한 신이 넘어갔다.
곧 만강모 순금이네가 나타난다.차가운 미모로 소문난 한혜숙이다.얼굴에 숯검댕을 칠하고 삼베적삼을 걸쳐입은 그녀의 모습도 낯설기는 매한가지.『댕겨 오께유』하고는 문밖을 나서는 장면에서어린 만강이 대사를 놓쳤다.곧바로 한혜숙의 꿀밤 한대가 이어졌다.연습때 그렇게 잘하더니 막상 촬영때 NG를 낸 죄라며 감독의 불호령을 미연에 막아준 것.
사극 촬영때 특히 신경쓰이는 것은 세트와 의상.시계.양말.속옷하나 비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빨랫감으로 만든 소품하나도 고무줄이 보이지 않도록 뒤집어놓는다.이런 자잘한 것까지 챙기느라 의상담당만도 세명이나 현장에 참가했 다.초가집을재연하느라 수수깡으로 벽면을 특수처리하고 처마밑엔 마늘종,마당나뭇가지에는 조롱박도 걸어놓았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김생원의 아기를 가진 몸종 옥단이가 애를떼기 위해 절벽에서 물속으로 뛰어내리는 장면.송악면구당리 양화담(陽華潭)이 촬영장소다.이곳은 5백년전 승천하던 용이 임산부에게 목격당해 떨어져 죽었다는 전설이 전하는 연 못이다.날씨도쌀쌀한데 햇볕 좋은 대낮엔 딴 장면찍고 꼭 해질 무렵돼서 물에들여보낸다며 꿍얼대는 주위사람들 얘기를 감독은 그냥 흘려보낸다. 『배꼽밖에는 차지 않는다』는 감독의 말을 몇차례 확인한뒤 옥단이역을 맡은 SBS 신인 탤런트 정진경이 자못 비장한 표정으로 다이빙.이어 처연한 표정으로 물밖으로 걸어나오는 장면까지무사히 연기를 마치자 주위에선 환호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장면장면마다 촌평이 곁들여졌다.일인지 식사인지 모를 저녁을 끝내자 마자 스태프진과 연기자들은 다시 차에 오른다.
『어이,서두르면 내일 새벽4시까지는 끝낼 수 있을거야.』 아산=이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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