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우리는맞수>방송작가 이금림.김정수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맞수끼리의 대결에서 느껴지는 팽팽한 긴장감은 보는 사람에게 짜릿한 희열을 준다.하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입술이 타고 피가 마르는 법.더구나 평소에는 둘도 없이 다정하고 또 존경하는 친구사이라면 그 강도는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한다.
방송작가 이금림(48)씨와 김정수(47)씨.
우리나라 드라마계를 이끌어가는 이들은 우선 서로 속마음이 통한다.어느새 원로가 됐다고 말하는 또래의 이들에게는 동향에다 국문과 출신,두 아이의 엄마,남편이 각각 전남대.목포대 국문과교수라는 공통분모도 갖고 있다.그렇지만 지금 이 들의 심정은 남다르다.
김정수씨는 절치부심 「드라마 왕국」으로의 재기를 노리는 MBC-TV가 「사운을 걸었다」는 『자반 고등어』로 이미 창을 들고 있고,이금림씨는 『당신이 그리워질 때』에 이어 시청률 1위를 고수하기 위해 KBS-1TV가 4월1일 선보일 야심작 『사랑할때까지』로 방패를 걸고 나선 것.
양대 방송사의 첨예한 대결이 「일일극 전쟁」으로 돌출된 시점에서 이제 두사람은 결코 물러설수 없는 한판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서 화약냄새는 나지 않는다.단지 매주 원고지 5백여장을 메워야 하는 살인적 스트레스를 공유한 동업자의 연민만 느껴질 뿐.
『이런 사람들이 우리 옆집에도 좀 살았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듣고 싶어요.설령 리얼리티가 좀 떨어지더라도 희생이나 헌신이 아름다운 이유를 젊은이들에게 얘기해주고 싶습니다.』(이금림) 『이전 작품(전쟁과 사랑)에서 이데올로기에 너무 치였어요.이번에는 밝고 가볍게,부담없이 웃을 수 있으면서도 흐뭇한,뭐 그런드라마 있죠.작은 배역까지 살아 숨쉬는 작품이면 더 좋겠고요.
』(김정수) 48년 전북남원생인 이금림씨는 고려대 졸업후 인천인성여고,서울 명성여고등에서 10여년간 교단에 섰다.그뒤 『호랑이 선생님』『빛과 그림자』『물보라』『일출』『옛날의 금잔디』『당신이 그리워질 때』등을 통해 사람에 대한 사랑,인생을 살 아가는 방법,사회성 있는 주제등을 그려왔다.김정수씨는 49년 전남여수출신으로 경희대를 나왔다.신춘문예(동화부문)출신으로 MBC창사 10주년 드라마모집에 당선,『제3교실』『알뜰가족』『전원일기』『겨울안개』『엄마의 바다』『전쟁과 사랑』등 한국적인 대가족 사회와 훈훈한 인간미등에 초점을 맞춰왔다.
『요즘 일부 젊은 작가들은 시청률을 의식해서인지 너무 현란한볼거리,튀는 대사에만 신경쓰는 것 같아요.좋은 드라마란 무엇보다 작가의 메시지가 살아있어야 합니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 물밖에 먹지 못한다는 이금림씨와 글이 안써질 때마다 머리를 감는 버릇을 가진 김정수씨의 공통된 작품론이다.이들은 서로를 어떻게 생각할까.
『세상을 따뜻하게 또 진지하게 바라보는 눈이 좋다』는 이씨의덕담에 김씨는 『항상 지적인 향기가 나는 편안한 작품』이라고 치켜세운다.
시청자들을 TV앞에 앉혀놓고 웃기고 울린지 어언 십수년.방송사에 의해 등이 떼밀리긴 하지만 좋은 작품을 위해 평상심을 유지하고 있다는 이들의 미소에는 이미 중년의 넉넉한 여유가 배어있었다. <시리즈 끝> 정형모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