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이경미 피아노 독주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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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피아니스트 이경미(경남대교수)씨 독주회가 지난 29일 호암아트홀에서 열렸다.
90년 이후 첫 국내 독주회여서인지 그동안 갈고닦은 자신의 「음악언어」를 유감없이 발휘하는 분위기였다.고전.낭만.현대에 이르는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였고 전반부와 후반부가 각각 소나타.모음곡으로 꾸며졌다.
하이든의 『피아노 소나타 C장조 H.50』과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제31번』에서는 음표 하나하나가 살아 꿈틀거리는 생동감을 느끼게 했고,드뷔시의 『어린이의 정경』과 리스트의 『베네치아와 나폴리』에서는 넓은 음량의 폭을 구사하지 않으면서 군더더기 없는 고도의 절제력을 구사했다.
호흡이 짧고 박진감 넘치는 주제를 부각시키는데 인색했던 것이흠이었지만 한개의 음표도 결코 소홀히 하지 않는 치밀함과 섬세함은 높이 사고 싶다.
또 유연한 손목과 적절한 페달링을 활용한 연주로 시종일관 섬세하고도 따뜻한 음색을 빚어내 개성을 한껏 표출했다.
말하자면 현란한 유화(油畵)가 아니라 파스텔화나 수채화 같은잔잔한 감동의 여운을 주었다.특히 리스트에선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으면서도 물흐르듯 자연스러운 선율의 부각이 돋보였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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