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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리앙쿠르암 … 독도 반쪽 회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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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미국 정부가 독도 영유권 표기를 한국으로 원상회복시켰지만 독도를 부르는 미 정부의 표준 명칭은 여전히 ‘리앙쿠르암(Liancourt Rocks)’이다. 31일 미국 지명위원회(BGN)의 홈페이지(http://geonames.usgs.gov)에서 독도를 검색하면 영유권은 ‘주권 미지정 지역’에서 ‘한국(South Korea)’으로 변경돼 있다. 반면 독도(Tok-to)에 대해선 ‘변형어’라는 설명이 달려 있을 뿐 공식 이름은 리앙쿠르암으로 표기돼 있다. 원상회복을 했다고 해서 독도라는 이름까지 미 정부가 공식 인정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데니스 와일더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선임보좌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지명 변경이 한국 정부로부터 미국의 정책 변경으로 받아들여진 데 대해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은 이전부터 이 문제에 대해 한·일 어느 쪽으로도 기울어지지 않고 중립적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일 간에 외교를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는 독도를 바라보는 미국의 입장에 변화가 없음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워싱턴 현지에선 이번 원상회복 조치를 놓고 “미국이 한국의 편을 들었다는 식의 해석은 곤란하며, 미국의 태도를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을 방문하는 부시 대통령이 한국과의 동맹을 고려한 정치적 판단에서 표기 변경을 서둘렀지만 장기적으로는 어떻게 변할지 지금으로선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미 정부가 원상회복에 나선 데는 ‘쿠릴 열도는 러시아령으로 하고, 센카쿠 열도는 일본령으로 해 모두 실효적 지배를 인정했는데 왜 독도만 주권 미지정 지역으로 바꿨느냐’는 논리적 반박이 주효했다. 따라서 미 정부가 쿠릴 열도, 센카쿠 열도, 독도에 대한 새로운 공통 기준을 만들어 향후 이 기준을 적용, 독도의 주권을 다시 변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독도 100% 되찾기’를 위해선 해야 할 일이 한 둘이 아니다. ‘리앙쿠르암’으로 보편화되고 있는 독도 명칭에 대해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한 집요한 외교전이 필요하다. 10월 이후 일본이 고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 영유권을 담을 가능성에 대비한 정부의 전략도 미리 짜놔야 한다. 일본이 독도의 분쟁 지역화를 통해 국제사법재판소로 끌고 가는 것을 미리 차단하기 위한 장기 물밑 외교전도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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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강찬호 특파원,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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