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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파리 추동기성복컬렉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거리는 가장 아름다운 패션쇼 무대.』 프랑스 디자이너 J C 카스텔바작의 말은 11~20일 파리에서 열린 96 추동 프레타포르테(기성복) 컬렉션의 분위기를 한마디로 압축하고 있다.
이번 컬렉션에 참가한 유명 디자이너들은 무대를 벗어나면 곧바로거리로 나설 수 있는 옷, 다시말해 일상에서 입을수 있는 옷을펼쳐보이는데 충실했다.
이는 장식적 디자인을 최대한 배제하고 옷의 기본을 중요시하는최근의 「反패션(anti-fashion)」 경향과 깊은 관련이있다. 몸의 움직임을 구속하지 않는 첨단 소재,보다 단순해진 실루엣,모노크롬(단색화)을 연상시키는 정제된 배색은 이번 컬렉션을 특징지우는 커다란 주제.
헬무트 랑.질 샌더등 흔히 네오 모더니스트로 분류되는 디자이너들은 이같은 흐름의 선두주자들이다.이들이 컬렉션에서 선보인 몸에 편안하게 밀착되는 니트와 부드러운 울 소재의 바지,길고 가느다란 실루엣의 롱드레스는 여성미를 극대화하면서 도 활동하기에 편안한 옷차림의 전형이라할만하다.
실용적인 기능성을 중시하는 풍조는 군복과 남성복.스포츠웨어의특성들을 여성복에 가미시키는 유행을 낳기도 했다.
이브 생 로랑이 베레모.중절모와 함께 선보인 각진 어깨와 적당한 폭의 바지정장,칼 라거펠트가 금속벨트와 단추로 연출한 군복 느낌의 재킷,소니아 리키엘이 레이스장식 니트와 조화시킨 꼭끼는 스키바지,지안프랑코 페레의 승마복형 재킷 등은 대표적인 예. 한편 수년간 계속돼온 복고 바람은 올 추동 시즌에도 예외없이 거세게 불고 있다.특정 시기의 특정 경향에 치중되지 않고20년대에서 80년대에 걸친 다양한 유행요소들이 한꺼번에 공존하고 있는 것이 달라진 변화.
20년대 오트 쿠튀르(고급 맞춤복)를 연상시키는 정교한 레이스 드레스,조각조각 천을 이어 붙인 민속의상풍의 롱스커트,히피풍의 현란한 문양이 새겨진 다양한 디자인의 니트,토가(로마에서한장의 긴 천을 둘러입은 옷)나 판초를 닮은 재 킷등 시대와 국경을 넘나드는 이질적인 옷들이 한 무대에 사이좋게 선 모습을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마르틴 시트봉은 20~30년대 유행을 복원,마치 벼룩시장에서 본듯한 옷들을 선보이기도.
열흘동안 90여개의 쇼가 치러진 이번 파리 컬렉션은 30대의젊은 디자이너들이 대거 등장,패션계의 지각변동을 예고했다는 점에서도 커다란 주목을 받았다.
지난 시즌에 이어 주르날 뒤 텍스틸이 선정한 디자이너 순위 1위를 차지한 지방시의 영국인 디자이너 존 갈리아노(35)를 비롯해 발렌시아가의 조제푸스 멜크와 티미스터,랑방의 오시마르 베르솔라토,세루티의 나르시소 로드리게스등 젊은 외 국 디자이너군단의 선전이 두드러졌다는게 현지 패션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파리=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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