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동.이학봉씨 도발적 태도-12.12재판 스케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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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25일 12.12사건 3차 공판에서 법의 심판대에 오른 당시합수부측 인사들은 이미 2차 공판에서 신문을 끝낸 전두환(全斗煥)피고인의 답변을 모범답안(?)삼아 검찰의 날카로운 질문을 요리조리 피해갔다.특히 장세동(張世東).이학봉( 李鶴捧)피고인등은 검찰의 신문내용을 물고늘어지거나 도발적 법정태도를 보이다재판장으로부터 수차례 지적받는 등 빈축을 샀다.
…李피고인은 대통령의 재가와 관련,『30분만에 대통령의 재가가 나지 않을 것을 생각해 보지 않았느냐』는 검찰신문에 『이상한 질문을 하시는데 정승화(鄭昇和)총장이 朴대통령 시해사건에 연루돼 있고 내란혐의점이 있는데 재가가 나지 않을 이유가 있느냐』라고 역으로 질문.이에 김영일(金榮一)재판장은 『피고인의 답변 방식은 결코 옳은 태도가 아니다.묻는 말에 성실하게 재판부를 보고 답변하라』고 주의를 주었다.
李씨는 재판장의 훈시가 계속되는 동안에도 『그게 아니다』라며끼어들다 『피고인은 재판장 지시가 이해되지 않느냐』라고 몰아세우자 그때서야 『주의하겠다』며 꼬리를 내렸으나 시종 불성실한 답변태도로 빈축을 샀다.
…張피고인도 처음부터 신문하는 검사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가끔비아냥조를 섞어가며 맞받아치다 재판장으로부터 『질문은 검찰이 하지만 답변은 재판장을 향해서 하라』는 주의를 받기도 했다.
張피고인은 검사가 질문하면 한동안 뜸을 들인뒤 대답,김을 빼는 수법을 구사하면서 자신에게 유리한 부분은 장황하게 설명해 검사로부터 짧게 대답하라는 주문을 여러차례 들었다.張피고인은 또 『30경비단은 화력이 막강한 부대 아니냐』는 질문엔 신이 난듯 『장비나 화력이 좋아서가 아니라 우수한 인력을 선발,훈련과 정신력 무장으로 강한 부대가 된 것』이라면서 은근히 지휘관인 자신이 우수함을 강조.
…이날 재판에서 全피고인 가족들이 한명도 방청하지 않아 이채. 全씨 가족들은 1차 공판이 벌어진 지난 11일 재국(宰國)씨등 3형제가 강경대(姜慶大)군 아버지 강민조(姜珉祚)씨 폭행사건을 야기한뒤 2차 공판때는 재국씨 혼자 방청했으나 이날은 아무도 나오지 않은 것.한편 노태우(盧泰愚)피고인의 장남인 재헌(載憲)씨는 최석립(崔石立)전청와대 경호실장과 함께 입정하다사진기자들을 위해 포즈를 취하는 등 여유있는 모습.
…5.18민중항쟁동지회원 등 5.18단체 회원 5명은 「5.
18학살자처단」이라는 구호를 쓴 감색 점퍼를 입고 들어가려다 검색요원이 강제로 옷을 벗기자 『왜 남의 옷을 함부로 벗기느냐』며 거칠게 항의하다 옷을 보관해 놓고 입정.
김상우.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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