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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가 4세 ‘가문’ 팔아 주가조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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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구속된 두산그룹 박용오 전 회장의 차남 박중원(40)씨가 자신이 재벌가 4세라는 후광(後光)을 의도적으로 범행에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에 대한 구속영장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3월 코스닥 상장사 뉴월코프의 주식 130만 주를 인수해 대주주가 됐다. 박씨가 뉴월코프의 경영에 참가한다는 소문이 퍼지고 이 사실이 공시되면서 이 회사 주가는 10개월 만에 3배 이상으로 치솟았다. 2006년 9월 610원이었던 주식은 지난해 7월 1960원으로 급등했다.

그러나 박씨는 실제로는 자기 돈을 한 푼도 투자하지 않았다. 박씨가 인수한 주식은 공범인 조모씨 등이 소유한 주식의 명의만 바꾼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씨는 금융감독위원회에 ‘자기 자금으로 주식을 인수했다’는 허위 사실을 제출했다. 박씨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장기적인 시각으로 내 이름을 걸고 하는 사업”이라고 선전했다.

박씨의 이 같은 행동은 일반 투자자들에게 ‘재벌가 4세의 투자로 뉴월코프가 신규 사업에 진출할 것’이라는 오해를 하게 만들었다. 공범인 조씨 등은 주가 상승으로 수십억원대의 시세 차익을 얻었다. 뉴월코프 측은 박씨가 ‘얼굴 마담’을 하는 대가로 수익이 나면 이를 나누는 조건을 제시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박씨를 지난해 3월 공범 조씨에게 소개한 사람은 당시 뉴월코프 고문이던 선병석 전 서울시테니스협회장이었다. 선씨는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 전직 국가대표와 테니스 모임을 주선해 ‘황제 테니스’ 논란을 부른 인물이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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