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주식투자 대폭 확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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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국민연금 기금 운용이 민간 금융 전문가 손에 맡겨지고, 주식 투자 비중도 높아질 전망이다.

정부는 29일 국무회의를 열고 정부와 가입자 대표로 구성된 국민연금공단 산하 ‘기금운용위원회’를 민간 금융 전문가 7명이 참여하는 독립 상설 기구로 개편하는 내용의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금융 전문가들은 국민연금 기금 운용계획을 심의하고 의결하는 역할을 한다. 기금을 실질적으로 운용할 특수법인 형태의 기금운용공사도 설립한다. 공사가 설립되면 국민연금공단 내부 조직인 기금운용본부는 없어지게 된다. 개정안은 국회를 통과하는 시점부터 1년 뒤에 시행된다.

이스란 복지부 국민연금재정과장은 “기금 운용 체계를 전문적이고 독립적인 방향으로 개편해 수익률을 높이려는 것”이라며 “수익률이 높아지면 가입자의 추가 부담 없이 연금 재정이 장기적으로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의 기금운용위원회는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위원장)과 민주노총 등 가입자 단체 대표가 위원으로 참여해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주식 투자 많이 한다=박해춘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이날 기금운용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금운용공사가 출범하기 전까지 기금 수익률을 2%포인트 높이겠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이를 위해 2012년 말까지 주식 투자 비중을 현재 17.5%에서 40%로, 대체 투자 비중은 현재 2.5%에서 10%로 확대하는 대신 채권 투자 비중은 80%에서 50%로 줄이기로 했다. 해외 투자 비중도 10.6%에서 20% 이상으로 높일 계획이다.

박 이사장은 “운용 수익률을 1%포인트 높이면 기금 소진 연도가 9년 연장되거나 보험료율이 2%포인트 떨어지는 효과가 있다”며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올 하반기엔 주식시장에 4조~9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특히 “연기금이 은행에 투자하면 은행이 국민으로부터 벌어들인 이익을 간접적으로 환수하는 효과가 있다”며 “우리금융·산업은행·기업은행 등 정부 소유 은행 민영화에 적극 참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3년간(2005~2007년) 국민연금 기금의 평균 수익률은 6.1%로 캘퍼스(미 캘리포니아주 공무원연금)의 12.3%, APG(네덜란드 공적연금)의 8.6%보다 훨씬 낮았다. 한편 올 상반기 국민연금의 수익률은 주식 부문이 -10.7%, 채권 부문이 2.7%였다.

김창규·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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