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 자민련총재 扶餘 발언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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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김종필(金鍾泌)자민련총재가 23일 미묘하고 여운남는 발언을 했다.신한국당 이진삼(李鎭三)후보의 거센 도전이 심상찮은 자신의 지역구인 부여에 내려와 『정치가 어려워진다든가 집권여당의 의지가 통하지 않아 정계혼란이나 불안이 야기될 때 ,또 국가차원에서 필요할 경우 김영삼(金泳三)대통령에게 협력해줄 수 있다』고 한 것이다.기자회견장은 그의「예기치 않은」발언에 일순 놀라는 분위기가 감돌았다.선거전에 돌입하고 단계적으로 金대통령에대한 공격수위를 높여가던 그였다.
이날도 「장학로(張學魯) 사건」을 적시하면서 『김영삼대통령의바로 무릎밑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으니 대통령은 더 이상 역사 파괴를 중단하고 자신과 측근에게 더 가혹하고 엄격할 것을 충고한다』며 대통령의 속을 후비는 말을 서슴지 않았 다.
『미리 배포한 회견문에 총선후 이합집산과 합종연횡을 거쳐 보수-혁신의 정계개편이 이뤄질 것이라고 한 말과 모순되지 않느냐』는 잇따른 질문에 그는 『정계개편은 상상할 수 있는 가능성 중의 하나』라며 앞서의 「YS와의 협력가능성」에 대해 장황하게설명했다.
『선거결과 여소야대가 나타나 절대권력에 대한 국민의 견제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지만 여소야대가 곧바로 정계개편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그 상태에서 집권여당이 야당의 협력을 구해 책임지고 나라를 이끌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합당 등을 통한 정계개편은 물론 정책연합의 가능성까지 열어놓은 셈이다.
그러나 金대통령과의 재결합으로 해석될 것을 의식했음인지 『나라를 구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金총재의 이같은 발언은 우선 이번 선거에서 국민회의와 자민련의석만 합치더라도 과반수를 넘을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그럴 경우 정치판 혼란을 우려한 보수적인 안정희구계층이 「울며겨자 먹기」로 신한국당에 표를 던질 것을 막기 위한 고단수 선거전략이 아니냐는 해석이 우세하다.믿음직한 보수정당 자민련에표를 몰아주면 여당이 흔들릴 경우 손을 잡기도 할테니 걱정하지말라는 보수층에 대한 손짓이라는 것이다.장학로사건으로 흔들리는여권내부의 분열을 촉진하겠다는 복안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金총재는 이날 다른 일정을 제쳐놓고 고향에 내려왔다.명분은 『부여후원회의 고마운 행사에 불참 할 수가 없어서』였지만 신한국당 이진삼후보의 격한 공격을 직접 받아쳐야 한다는 현지의 SOS요청이 컸기 때문이다.
부여=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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