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저수지의 개들" 4년만에 수입금지 출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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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이번 주말의 가장 큰 화제작은 4년만에 수입금지가 풀려 개봉되는 틴 타란티노감독의 92년 데뷔작 『저수지의 개들』.
90년대 세계 영화계의 그림을 바꿔놓고 있는 타란티노의 출세작으로 그의 뛰어난 이야기 구성 능력이 돋보인다.『저수지의 개들』이 미국 저예산 독립영화의 진수를 선보인다면 같은 날 개봉되는 한국영화 『나에게 오라』(김영빈감독)는 한국 적인 정서를영화적으로 탁월하게 표현,눈길을 끈다.
『저수지의 개들』은 피가 흥건하고 마치 관객이 고문당하는 듯한 잔인한 장면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폭력이 작품 속에 자연스레녹아 있다.또 세상살이와 주변의 문화현상을 기발한 재치로 해석해내는 타란티노 특유의 블랙 유머와 6명의 갱스 터들이 벌이는음모와 배신,우정을 통해 드러나는 인간 본성의 모습들이 가벼운액션영화가 지니지 못한 깊이를 준다.
다만 『저수지의 개들』의 최고 하이라이트장면(경쾌한 음악속에경찰을 고문하며 귀를 자르는 장면)을 비롯,타란티노영화의 진수라 할 수 있는 몇몇 장면이 심의에서 잘려 아쉬움을 주고 있다. 이번 주말에는 또 영화음악이 좋은 작품들이 많은 게 특징.
리처드 드레이퓌스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라 있는 『홀랜드 오퍼스』는 주인공이 음악교사인 만큼 음악이 중요한 요소.베토벤.바흐등 고전음악부터 팝송까지 다양하게 흐르지만 특히 존 레넌의 음악이 감동적으로 다가온다.교사의 이야 기면서 음악가인 아버지와 귀머거리인 아들의 소통 단절을 다루기도 한 이 작품에서 두 부자는 80년 존 레넌의 사망을 계기로 「음악적」인 만남을 한다.
한국영화인 『나에게 오라』도 영화음악에 신경을 많이 쓴 작품. 그룹 시나위와 함께 한국 록음악을 지조있게 지켜온 작곡가 신대철과 대학가 운동가요의 선두주자이면서 대중적 인기를 얻고있는 안치환이 처음으로 음악적인 교류를 했다.이미 상영중인 외화가운데서도 사운드 트랙이 매력적인 작품들이 꽤 있 다.
『라스베이거스를 떠나며』는 스팅의 음악이 영화의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켜주며 바흐의 『모세의 수난』이 흐르는 가운데 자동차가 폭발하는 장면으로 시작되는 마틴 스코시즈감독의 『카지노』 역시 70년대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당시의 유명한 팝송들을 담고 있다.『저수지의 개들』 역시 70년대 로큰롤 음악이 중요한요소.타란티노감독의 개인적인 취향이 강해 우리나라 팬들에겐 그리 익숙지 않은 노래들이지만 여전히 신난다.
한편 브로드웨이극장에서 장기상영에 들어간 박철수감독의 『학생부군신위』도 관객들의 관심을 크게 끌고 있지는 못하지만 볼만한작품으로 추천할 만하다.
이남.남재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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