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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e칼럼

교사 자녀들이 다니는 체험학습 장소는 따로 있다 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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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이 시작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라면 방학 시작과 동시에 이번 방학은 어떻게 보내야 할지 한번쯤 고민해보았을 것이다. 고민 중에 방학 중 자녀와 함께 하는 체험 학습이나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그 속에 2학기 예습이 병행된다면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현행 초등학교 각 교과 교과서는 주로 경험 중심과 문제 해결 중심으로 학습 목표를 이끌어 내고 있다. 특히 일상생활과 관련이 깊은 사회와 과학 과에서 다루는 상당 부분의 교과내용이 아이들이 직접 조사 활동을 하거나 실험 혹은 견학 활동을 한 것을 전제로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제약조건으로 인해 교과에 제시된 모든 활동이나 자료를 충당할 수 없는 학교 수업 시간에는 아이들이 이러한 지식이나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전제 하에 수업을 하거나 교사의 설명으로 대체하게 된다. 아이들이 사회과나 과학과를 어려워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므로 상대적으로 시간 여유가 있는 방학기간을 잘 활용하여 교과서의 빈틈을 메워 준다면 아이는 수업에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 할 수 있을 것이다.

서점이나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체험학습 관련 안내서와 정보들은 해당 교과의 단원명에 끼워 맞추기식으로 체험학습 장소만을 제시해 주는 것이 대부분이고 체험 학습 장소에 대한 소개만 나와 있지 학년 해당 교과에서 체험해야할 요소나 내용에 대해서는 안내가 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이럴 경우 아이에게 꼭 필요한 체험 활동이 무엇인지에 대한 사전 조사가 없다면 무의미한 활동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3학년 아이의 체험학습 장소로 국립과학관을 정했다면 단순히 과학관 전시물 견학만 하는 것 보다는 '소리 내는 악기 만들기' 프로그램에 참여해보는 것이 아이의 2학기 학습에 도움이 된다.
효과적인 체험학습이란 단순히 견학을 하거나 활동에 참여하는 것에서 나아가 각 단계별 아이들에게 필요한 '경험요소'를 콕 집어 주는 것이다.

여러 학년을 가르친 경험이 있는 고 경력 초등 교사들은 학년별 교과내용과 체험학습 정보가 많기 때문에 학년별, 시기별 알찬 체험학습이 가능한 장소뿐만 아니라 체험학습장에 운영하는 다양한 활동과 프로그램 중 내 아이의 수준에 적합한 활동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또 체험학습을 떠나기 전·후에 필요한 사전·사후활동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고 있다. 그래서 적어도 아이에 수준에 부적합하거나 필요 없는 활동으로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일은 없다. 이러한 노하우가 교사 부모의 특권인 것 같지만 사실 전혀 그렇지 않다. '교사 부모의 체험학습 선택 노하우'에는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몇 가지 요소가 있다.

1. 교과서를 들고 체험학습을 떠나라

체험학습도 일종의 산교육이다. 그러므로 활동 후에 얻을 수 있는 목표가 있어야 한다. 뚜렷한 목표가 없다면 아이는 단지 '재미있었다.'는 느낌 하나만을 얻을 뿐 학습의 효과는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3학년 과학과 중 '날씨와 생활'이라는 단원이 있다. 이에 무작정 기상청을 다녀오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같은 제목의 단원이라도 학년별로 다루고 있는 학습 요소들과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체험 학습 장소를 선정하기 전에 과학교과서와 실험관찰교과서 부터 꼼꼼히 살펴보았다면 3학년 아이와 기상청에 다녀오는 것 보다는 비오는 날에 함께 우산을 쓰고 동네 주변을 돌며 빗물을 받아 보고 시간에 따라 변화는 양을 자로 재어보는 활동을 해보는 것이 아이에게는 더 필요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부모가 자녀와 사진으로 찍고 보고서까지 작성해 본다면 아이의 수준이 적합한 가장 효과적인 체험학습이 되는 것 이다. 처음부터 보고서 작성이 어렵다면 과학실험관찰책 속의 질문에 답을 달아 보는 것도 좋은 방법 중의 하나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부터 체험학습을 갈 땐 교과서를 들고 떠나보자.

2. 국립시설을 이용하라

많은 작품과 최고의 시설, 편리한 교통, 다양한 프로그램의 업데이트가 활발한 국립시설이야말로 검증된 체험학습 장소이다. 초등학생 때 체험학습을 많이 하면 좋은 이유 중 하나가 상대적으로 시간적인 여유가 많고 관람료 또한 저렴하기 때문이다. 국립시설의 경우 초등학생은 무료인 경우가 많고 선택적으로 매월 둘째 주 토요일에는 학생이 무료, 넷째 주 토요일에는 가족이 무료로 정해 많은 혜택을 주고 있다. 게다가 상설전시가 아닌 1만원 급 특별전시도 무료로 관람할 수 있기 때문에 인터넷 상에서 발품만 팔면 차비만 가지고도 배부르게 체험 활동을 할 수 있는 장소를 많이 찾을 수 있다. 또 국립시설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 중에는 재료비만으로도 유명인이나 전문가(교수)에게 직접 체험활동 과정을 지도받을 수 있는 경우도 많으니 비싼 사립 시설을 알아보기 전에 국립 시설에 관심을 가져보자.

3. 미술관과 박물관, 궁궐 관람 법을 익혀라
- 전문가의 안내는 필수다!

아이를 데리고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갈 때 '내 아이가 이런 것을 본다고 무엇을 알고 또 이해까지 하겠어?' 하며 반문을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정말 그렇다. 미술관에서 아이들이 앞사람을 따라 가며 그냥 그림을 보는 것은 '돈 낭비'이다. 효과적인 체험학습을 위해서는 아이의 눈을 떠 주고 생각을 열어 줄 수 있는 대화와 설명이 필요하다. 물론 부모가 그 분야의 전문적 소양을 갖추고 있다면 부모만큼 좋은 체험학습 안내자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미술관과 박물관은 도슨트라고 부르고 궁궐에서는 궁궐지킴이라 고 불리는 안내전문가에게 아이의 체험 학습을 맡겨보자. 국립시설은 대부분 설명해주는 분들이 있으므로 작품 설명이 시작되는 시각을 미리 조사하여 시간에 맞추어 입장하고 해설자를 따라 전체적인 설명을 메모해가며 듣는 것이 좋다. 전 작품을 설명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시대별 작가별 특징과 기법을 요약해서 듣는 동안 동양과 서양의 역사 공부는 물론 다양한 일화도 들을 수 있으므로 무작정 관람만 하는 것 보다는 효과적이다. 만약 여건상 안내받기가 힘들다면 '음성안내기'를 대여하여 아이에게 작동법을 알려준 후 관람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안내자의 안내가 끝나면 나가지 말고 다시 입구의 작품부터 하나씩 관람하도록 한다. 그리고 아이의 언어로 다시 정리해보도록 하자. 이 때 미술작품의 경우 작품의 크기보다 1.5배 떨어진 곳에서 작품을 바라봐야 한다. 앞사람을 따라 가다보면 아주 큰 작품을 아래에서 위로 쳐다보고 지나가는 경우가 있는데 작가는 큰 그림을 그릴 때 멀리서 볼 것을 예상하고 그리기 때문에 가까이서 보는 것은 감흥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4. 방문 전 홈페이지를 샅샅이 살펴라

체험 학습을 가기 전 관련 사이트가 있는 경우라면 아이와 함께 홈페이지를 꼼꼼히 살펴서 사전 준비를 해보자. 체험 학습 장소 선정부터 아이를 참여시키는 것이다. 그 곳에 가면 좋은 점이 무엇인지, 학교에서 배우거나 배울 내용에 도움이 되는지, 무엇을 보러 가는지, 가서 어떤 프로그램에 참여 할 것인지, 언제 누구와 갈 것인지 등 아이와 체험 학습에 대한 많은 의견을 나눈 후 준비하는 것이 ' ○○야 이번 주 토요일에 ○○에 가자!' 하고 말하는 것보다 아이의 동기 유발에 도움이 된다.

또한 요즘에는 초등학생의 체험학습이 활성화되어 있어 국립시설 홈페이지에 체험학습지와 안내 브로셔, 학습지 등을 다운받을 수 있게 해 둔 곳이 많으므로 체험 학습 전에 가정에서 미리 준비해 가는 것도 좋다. 또한 각 홈페이지 마다 어린이를 위한 사이버학습이나 ○○○둘러보기라는 코너를 마련해 둔 곳이 많아 현장에 가지 않고도 가정에서 3차원으로 체험할 수 있으므로 미리 둘러보며 아이와 체험 학습을 계획해보고 혹시 길을 잃었을 경우 만남의 장소를 미리 지정해둘 것을 권장한다.

5. 서점에 가서 관련 유물과 전시회 관련 도록을 구입하라

예를 들어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황금의 제국 페르시아' 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이곳으로 체험학습 장소를 정했다면 아이와 시중에 시판되는 관련 서적이나 '페르시아전' 도록 등을 미리 읽고 관련 강좌나 동영상 등을 시청한 후 기획전 관람을 하자. 가끔 관련 책자나 강좌에 끼어서 할인쿠폰을 주는 경우가 있을 뿐 아니라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듯이 아이는 좀 더 많은 관심을 보일 것이다. 그리고 ' 엄마 나 이거 알아요!' 혹은 '나 이거 ○○○에서 본거다. 와 실제로 보니까 ○○○구나.' 식의 아이의 감탄사를 듣게 될 것이다.

6. 결과물을 모아라

브로셔, 안내책자, 입장권, 톨게이트 영수증, 유적지 사진자료, 프로그램 활동 모습 사진, 활동 중 음식물 구매 영수증, 식물 표본 등의 체험학습과 관련된 자료를 버리지 말고 모두 모아 네임펜으로 날짜와 장소를 기입한 지퍼백에 담으며 다녀라. 이러한 결과물은 체험학습 후 아이의 활동 내용을 정리하기 편하며 체험 학습 보고서를 작성할 때 미처 떠올리지 못한 내용을 찾아주는 길잡이 역할을 할 것이다.

혹시 칼럼을 읽는 분들 중 3학년 학부모라면 내 아이와 아래의 표에 제시한 체험학습 중 몇 가지를 해 보았는지 체크해본다면 다음 체험학습 장소를 정하거나 체험활동을 무엇을 해야 할지 정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되도록 많은 경험과 많은 장소를 여행하는 것도 좋지만 아이에게 유용한 체험학습 중 하나가 교과서와 연계한 경험을 습득하는 것이다. 특히 아이들의 경험 중심으로 교과의 경우 아이들의 사전 경험 유무가 아이의 학습의 흥미도 및 수업 참여도와 관련이 매우 높으므로 체험학습의 기준으로 삼는다면 이번 방학 아이의 체험학습은 절대로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지면관계상 3학년 한 개 학년만 교과서에 제시된 학습 내용을 중심으로 각 단원과 관련이 깊은 체험학습 장소를 선정하고 그 곳에서 어떤 활동을 해야 하는 지 구체적으로 정리하여 제시해보았다. 내 아이의 멋진 방학 생활을 위해 아래 예시를 바탕으로 아이의 학년에 맞는 알맞은 체험학습 장소를 찾아보자.

3학년 체험학습 장소 선정 예

다음 칼럼에서는 교사 부모들이 말하는 체험학습 보고서 작성법을 실제 예시자료와 함께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김범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