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미, 독도 영유권 표시 변경 해명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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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미국 연방정부기관인 지명위원회(BGN)가 독도를 ‘주권 미지정 지역’으로 표시를 변경했다. 정부는 물론이고 주미 한국대사관조차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그동안 한국 영토로 분류해오다 갑자기 주인 없는 땅으로 표시를 바꾸면서도 한국 측에 한마디 사전통보도 없었던 것이다. 실망을 넘어 배신감을 느낀다.

BGN은 그동안 독도 대신 ‘리앙쿠르 암석(Liancourt Rocks)’이란 중립적 명칭을 사용하면서도 주권 표시 항목에는 ‘한국’이라고 명기해 왔다. 그런데 최근 갑자기 ‘주권 미지정 지역(Undesignated Sovereignty)’으로 표시를 바꿨다. 공식명칭 다음에 오는 변형명칭 표기순서도 변경했다. 그전까지는 한국 이름인 ‘독도(Tok-to)’를 먼저 표기해왔으나 일본 명칭인 ‘다케시마(Take Sima)’를 맨 앞에 내세웠다.

주미 한국대사관의 문의에 대해 BGN은 “리앙쿠르 암석과 관련한 미 정부 정책에 따라 단순히 데이터베이스를 정리한 것”이라는 답변을 내놓았다고 한다. 독도 영유권 문제에 대해 중립적 입장을 취하는 미 정부 정책에 맞추기 위해서라는 설명인 듯하지만 우리는 납득할 수 없다. BGN이 리앙쿠르 암석이란 공식명칭을 사용한 지 이미 30년이 넘었는데 이제 와서 갑자기 주권 미지정 지역으로 바꾼 까닭에 대한 설명은 아니기 때문이다. 도대체 무슨 사정 변경이 생겼단 말인가. 무슨 근거로 주권표시와 변형명칭 게재 순서를 바꿨는지 미국은 납득할 수 있는 해명을 내놓아야 한다. 주권이 걸린 민감한 문제인 줄 뻔히 알면서 어째서 한마디 사전협의나 통보조차 없었는지도 설명해야 한다.

동맹국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조차 무시한 미국 측 처사에 1차적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BGN의 움직임을 사전에 파악해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정부와 주미 한국대사관에 대한 면책사유가 될 수는 없다. 정부는 미국에 정확한 해명을 요구하고, 충분한 국제법적·역사적 근거를 바탕으로 영유권 표시의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