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독도서 공중전 벌이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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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도 영유권 문제로 한·일 간 감정이 악화된 가운데 일본이 F-15J 전투기의 개량을 발표했다. 중국을 겨냥한 일본의 조치라지만 우리 땅인 독도를 놓고 억지를 부리는 일본의 군사적 움직임이어서 국방부도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본은 그동안 F-15J 전투기로 한국 공군에 대해 압도적 우위를 점해 왔었다. 그러나 한국 공군이 2006년부터 최신예 전투기인 F-15K를 도입하자 사정이 달라졌다.

현재 한·일 공군력으로만 비교하면 초반전에는 한국 공군이 유리하다. 한국 공군이 올해 말이면 F-15K 40대를 모두 가동할 수 있어서다. 가상적으로 독도에서 먼저 양국 간 공중전이 벌어지면 최신 컴퓨터와 적외선 탐색 및 추적장치(IRST), 다기능 특수레이더 등을 장착한 F-15K가 F-15J에 비해 다소 유리하다. 일본 항공자위대의 F-15J는 일본이 그동안 많은 개량을 해 왔지만 기본적으로 1980년대 초에 생산된 F-15C/D를 개조한 것이다.

그러나 전투 시간이 흘러갈수록 한국이 불리해진다. 우선 일본은 탐지 거리가 긴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를 띄워 우리 F-15K를 먼저 발견할 수 있다. 일본이 보유한 4대의 공중조기경보기는 350㎞ 떨어진 거리의 항공기를 탐지한다. 그런 뒤 일본의 F-15J에 장착된 공대공미사일 발사를 지시할 수 있다. 우리 F-15K의 전투 여건이 크게 불리해진다는 얘기다. 한국은 2011년부터 공중조기경보통제기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럴 경우 한국 공군이 40대의 F-15K를 모두 소진한 뒤에도 일본에는 상당한 숫자의 F-15J가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203대의 F-15J를 보유하고 있다.

일본 해상자위대가 보유한 4척의 이지스함도 무시할 수 없다. 이지스함은 강력한 항공기 요격 능력을 갖춰 측면 지원이 가능하다. 한국 해군은 이지스함으로는 세종대왕함 한 척만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 공군은 F-15K가 없으면 사실상 독도 상공을 방어할 수 있는 여력이 없어진다. 공군의 KF-16 등은 작전 반경이 짧고 공중급유기가 없어 독도 상공에 가더라도 5분 정도 만에 돌아와야 한다. F-15K를 제외한 우리 공군의 나머지 전투기는 일본의 F-2에 비해 대부분 성능이 떨어진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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