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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 - 민노, '탄핵' 고리로 손잡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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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오른쪽에서 둘째)과 김근태 선대위원장(右)을 비롯한 선대위 지도부가 16일 오전 당사에서 열린 상임중앙위원회의에서 총선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17대 총선 이후의 관심사 중 하나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의 정책연합 가능성이다. 그게 실현되면 열린우리당은 국정을 더욱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된다. 정책공조가 순탄하게 이뤄질 경우 열린우리당은 "1당 독재를 한다"는 등의 지적도 피해갈 수 있다.

민노당 권영길 대표는 16일 "필요하면 어느 당과도 정책공조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 그가 총선 이후 맨 처음 내놓은 제안은 '탄핵문제의 정치적 해결'이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민노당 등 3당이 대표회담을 열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정치적으로 철회하는 방안을 논의하자"는 것이다. "17대 국회의 새로운 출발을 위해선 정쟁의 요소를 모두 털어버리고 가자"는 취지에서 그런 제안을 했다고 한다.

열린우리당으로선 고맙기 이를 데 없는 발상이다. 그쪽에서 하고 싶은 말을 민노당이 먼저 꺼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열린우리당은 즉각 호응하고 나섰다. 정동영 의장은 "총선의 민심은 대통령 탄핵이 잘못됐다는 것"이라며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의 양자회동을 통한 정치적 해결을 주장했다.

김근태 원내대표도 "오늘날의 정치상황을 비정상 상태로 만들어 놓은 탄핵문제를 야당 스스로가 철회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그런 가운데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금의 비정상적인 상황은 조속히 마무리돼야 한다"는 내용의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그래서 탄핵문제의 정치적 해결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노당이 이 문제를 먼저 치고 나온 것은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17대 총선 결과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양당구도가 형성됐지만 원내 10석의 제3당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음을 과시하기 위함이다. 열린우리당의 '+2의 불안감'(과반에서 2석 초과했으나 상황에 따라선 국회 표결에서 여유가 없을 수 있음)을 파고드는 전략이라고도 할 수 있다.

열린우리당은 그걸 알면서도 민노당과 박자를 맞췄다. 당장 盧대통령에게 채워진 족쇄를 풀기 위함이지만 이런 기회에 양당의 공조기반을 다져두는 것은 나쁠 게 없다는 판단에서다. 탄핵 철회는 한나라당의 기를 꺾는 것인 만큼 민노당의 제안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속셈도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말려들지 않고 있다. 박근혜 대표는 "탄핵 얘기는 하지 말자"고 했다. "모두 헌재 결정을 기다려야 하며, 열린우리당도 어떤 결정이든 승복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 당직자는 "열린우리당이나 민노당의 의도를 간파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은 정치적 해법의 문을 완전히 닫아걸지는 않고 있다. 당내 전략통인 윤여준 의원은 "여권에서 결자해지(結者解之)하자고 하는데 '결자'의 주체는 盧대통령"이라며 "대통령이 국민에게 사과하면 국민과 야당의 분위기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견임을 전제로 "나는 정치적 해결을 선호한다"고 했다. 이는 盧대통령과 여권이 먼저 분위기를 조성해 주면 한나라당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뜻이다. 3당의 치밀한 수(手)싸움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이상일 기자<eesi@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
jongt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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