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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도시에서 살기 그리고 걷기

중앙일보

입력

- 걷기 좋은 도시 연구가 ‘이노우에 토시히코’ 인터뷰

세계의 대도시들은 무엇을 꿈꾸는가. 한때 이들의 꿈은 자동차 소음과 거미줄 같은 도로, 높게 솟은 마천루, 인파로 가득 찬 거리였다. 시절이 변하면 도시의 꿈도 변한다. 이제 이들은 발전지상주의를 꿈꾸었던 과거를 계면쩍어하며 그린시티를 꿈꾼다. 세계의 환경전문가들은 미래 도시의 진정한 대안이 ‘걷기 좋은 길’에 있음을 진즉부터 말해왔다. 일본의 환경전문가 ‘이노우에 토시히코’ 씨도 마찬가지다. 그는 직접 나서 세계의 환경도시 60여 곳을 직접 취재하기도 했다. 걷기 좋은 도시의 가장 이상적인 모델을 찾아 나선 것이다. <세계의 환경도시를 가다>(사계절, 2004)는 그 결과물이다. 벌써 수년 전에 출간되기는 했지만, 환경도시 기행을 염두에 두고 워크홀릭이 그를 만나보았다.

WH <세계의 환경도시를 가다>라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처음에는 환경문제를 다룰 수 있는 전문잡지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1999년 3월 환경전문잡지를 창간했고, 내가 편집장을 맡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일본도 환경문제에 크게 각성하지 못했다. 환경 문제를 심각하게 걱정하는 전문가들조차 막연히 정부와 기업을 비판하는 수준에 그쳤었다. 일본에서는 일반인들보다 기업들이 이 환경문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일반인들은 그 다음이었다. 그 기류를 타고, 나 또한 일반인들에게 환경의 심각성을 더욱 널리 알리고 싶었다. 서로 교류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며 잡지 창간을 계획한 것이다.

<세계의 환경도시를 가다>라는 기획은 아주 특별했다. 환경도시를 찾아가 직접 걸어 본 후 그 정보와 소감을 잡지에 실었는데, 사람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환골탈태한 ‘환경도시’는 총 56곳 정도 채택했다. 미국의 ‘채터누가’처럼 한때는 최악의 매연 도시였던 곳들이 참신하고도 피나는 노력 끝에 깨끗한 환경도시로 변모한 사례는 무척 감동적이다. 환경이 깨끗해졌다는 것은 거리가 깨끗해졌다는 뜻이고 사람들이 마음껏 길을 걸어 다닐 수 있다는 뜻이다. 이것은 건강과 비만문제 해결로 직결되는 삶 자체의 변화다. 우리는 공해도시가 환경도시로 변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조사했다. 역시 공무원과 기업, 시민 3박자가 맞아 떨어진 결과였다. 이 3박자만 맞는다면 일본도 그렇고 그 어떤 도시들도 이상적인 거리를 만들어 더욱 이상적인 삶을 누릴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WH 기획 단계에서부터 한국에 출판할 계획이 있었는지?

환경도시 이야기는 잡지에 약 2년간 쉬지 않고 연재했다. 그러다가 2001년 3월에 부수가 늘어나지 않는 이유로 휴간이 되는 바람에 연재가 끝났다. 그런데 2003년 어느 편집자에게서 연재물을 책으로 내자는 제의를 받았다. 힘들게 작업한 산물이 좀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갈 수 있다는 생각에 무척 기뻤다. 그렇게 태어난 책을 한국어판으로 낸다는 소식을 다시 들었을 때 크게 감동했던 것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환경에 관한 고찰이라면 되도록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이 이롭다고 생각한다. 올해 7월에 우리 회사가 더욱 큰 회사와 통합하는데 그곳에서 ‘에코로지’라는 환경잡지를 내고 있다. 이곳에는 환경만 구체적으로 전담하는 부서가 있는데 이를 통해 한국과 자주 교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오염도시에서 그린시티로 거듭난 채터누가 시

WH 수십 개 환경도시를 직접 걸어 다니며 취재했는지?

<세계의 환경도시를 가다>의 취재는 다른 나라나 다른 기관의 도움 없이 전부 다 회사의 자력으로 이루어졌다. 빽빽한 일정에 할 일도 많았기 때문에 협조를 구하느니 최대한 활동비를 아껴가며 기동성 있게 움직이는 편이 이로웠다. 그런 이유로 교통비가 너무 많이 드는 미국의 경우엔 그곳에 주재하는 프리랜서를 고용해서 취재를 진행했다. 그런 경우를 제외하면 작업 내내 열심히 발품을 팔았다. 어떤 식으로든 직접 체험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힘들었지만 정말 멋진 경험이었고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

WH 끝으로, 일본의 추천할 만한 환경도시가 있다면?

가장 먼저 구마모토 현의 미나마타시를 추천하고 싶다. 책에서도 다루었지만 미나마타는 일본 공해문제가 가장 극심하게 나타났던 마을이다. 하지만 지금은 선진화된 환경도시의 모습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 수은중독으로 오염된 바다, 날카롭게 대립하던 행정기관과 시민들, 일반 시민과 어민 사이의 입장 차이 등등 뒤틀릴 대로 뒤틀렸던 이 마을의 변모 과정 자체가 감동적이다. 특히 쓰레기 분리수거 행정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견학을 원한다면 시청에 직접 연락하면 된다.
그 다음으로는 세토나카이가 있다. 현재 과도기를 거치고 있는 곳이다. 이곳에 있는 토시마니 섬 해변에는 대량의 산업폐기물이 매립돼 있다. 지금도 지하 수십 미터 속에 쓰레기가 있어 사회적으로 큰 문제다. 긴 시간 동안 주민과 현 사이에서 재판이 계속되고 있다. 결국은 현이 책임을 지고 쓰레기를 처리해야 한다는 결론이 났다. 시간이 꽤 걸릴 것이다. 하지만 시민들이 발 벗고 나서서 시설도 만들고 연수도 실시하고 있어서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본다. 마지막으로는 교토를 추천하고 싶다. 일본의 오래된 도시로 유서가 깊은 만큼 대학이나 시민단체의 환경 의식수준이 월등히 높다. ‘일본의 환경수도 콘테스트’를 실시한 사람이 교토의 환경시민 대표 ‘스기모토’씨다. 그는 나에게 환경의식을 심어준 스승이기도 하다. 그에게 배운 가르침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눈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지구 곳곳이 맑고 깨끗한 거리로 이어질 그 날을 위해 더욱 원활하고 열성적인 교류를 기대한다.

협조 및 번역 / 사계절 출판사 , 프리랜서 김지훈

사진 / Chattanooga

객원기자 설은영 e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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